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 광장.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의료연대본부 산하 서울대병원분회 노조원 730여 명이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보건의료를 시작으로 24일 화물연대, 25일 학교 비정규직, 30일 서울교통공사 등의 파업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시민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의료부터 공공부문 파업
연말 민노총 산하 노조의 연쇄파업 시작은 의료 분야였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소속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부터 사흘 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박경득 파업대책본부장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의료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의료진 사직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임금 인상, 직무성과급제 도입 철회도 요구했다.
이날 파업에 의사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병동 관리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백내장 수술 등 비응급 수술이 일부 연기됐다. 채혈실, 영상의학과 검사실에서도 환자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노조원 중에서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근무 인력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건강보험 콜센터 상담원으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도 이날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민간 위탁기업 소속인 이들은 인원 감축 없이 상담사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공단은 이날 민원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콜센터로 온 전화를 공단 본부와 각 지부 사무실로 돌려 처리했다.
25일엔 급식, 돌봄,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측은 전체 직원 16만9000여 명 중 약 5만 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직원들이 돌봄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빵이나 우유,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대체하도록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당일 단축수업 등 학사 일정 조정도 허용했다. 30일엔 서울지하철, 다음 달 2일엔 철도 파업이 예고됐다.
● 화물연대 파업에 정부 “군 차량 투입”
이번 연쇄 파업의 ‘핵심’은 24일 0시부터 시작되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조합원 수가 2만2000명에 이르는 데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파업기간도 ‘무기한’이다.
화물연대 측은 23일 “정부가 최소한 (안전운임제) 개악 추진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해야 파업 철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위반한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기존 규정을 삭제하는 등 화주만을 위한 개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실무진 협의, 물밑 접촉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는 24일까지는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어명소 국토부 2차관 주재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를 강행하면 군, 지자체, 물류 단체 등과 협력해 군 컨테이너 차량 등을 대체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무역협회는 23일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피해 동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시멘트와 레미콘업계의 경우 하루 매출 손실이 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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