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4일 오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처음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안보라인 최고 책임자까지 이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오전부터 서 전 실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서 전 실장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비공개 출석했다. 이날 소환은 국가정보원이 7월 6일 서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죄) 등으로 고발한 지 약 4개월만이다. 이날 조사에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특별감찰관과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이석수 변호사가 서 전 실장 변호인으로 입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서는 국정원장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이날 강제 북송 사건까지는 조사하지 않고 추가로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하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는 정부 판단에 배치되는 첩보 삭제 지시를 내린 ‘윗선’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이 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경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게 첩보 삭제 등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서 전 장관 구속영장에도 서 전 실장과 서 전 차장은 공범으로 적시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씨 사건 처리와 관련해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졌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실장은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 시스템 등에서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수사착수 4개월여만에 문재인 정부 대북 안보라인의 최정점인 서 전 실장을 소환하면서 ‘윗선’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는 박 전 원장,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서는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사가 남은 상황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두 사건 수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조사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서 전 실장과 정 전 실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안보상 판단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만큼 문 전 대통령 조사 여부를 두고 검찰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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