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재발 막자…위기가구 찾을때 질병 정보도 본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4일 11시 47분


지난 8월 생활고와 질병 등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이른바 ‘수원 세 모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복지사각지대 종합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정보 종류를 기존 34종에서 44종으로 늘리고, 전입신고서에 세대원의 연락처를 모두 기재해 신속히 지원을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단위의 위기가구 발굴 기능을 강화하고 사망 의심 등 위급한 경우 소방·경찰 협조를 받아 강제로 주택 문을 여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위기가구 정보 34종→44종…정확도 높인다

정부는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수집하는 34종의 정보에 질병, 채무 정보 등을 더 추가한다. 기존는 단전,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34종의 정보를 활용했으나 이를 44종으로 10종 더 늘릴 방침이다.

이번달에는 ▲중증질환 산정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장기요양 등급 ▲맞춤형 급여 신청 ▲주민등록 세대원 등 5개 정보를, 내년 하반기 ▲재난적 의료비 지원대상 ▲채무조정 중지자 ▲고용위기(고용단절·실업) ▲수도요금체납 ▲가스요금체납 등 5종을 추가한다.

채무정보의 경우 금융연체 입수 기준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최근 2년간 금융권, 카드론, 서민대출 등 계좌별 연체금액이 100만~1000만원인 경우로 한정됐으나 앞으로는 100만~2000만원 이하로 확대한다. 고리 불법사채 등 공적 정보가 아닌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1년 이내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없는 대상자 정보도 새로 입수한다. 단수, 단가스 조치가 되기 전 수도·가스요금 체납정보도 입수해 함께 활용한다.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할 때 개인 단위가 아닌 세대 단위로 종합 판단하고 생애주기에 맞춰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등 모형을 다양화한다. 세대주 A가 체납, 세대원 B가 희귀질환, 세대원 C가 채무 연체 정보가 확인된다면 위기 정도를 높게 평가하는 식이다. 위기정보 입수주기도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

지역사회에서 위기가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민간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지자체 복지인력의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의 업무환경·과업·인력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합리적 인력 운용방안을 마련한다.

지역의 병원, 우체국, 지역 사회보장협의체 등 인적안전망을 활용한 현장 중심 민·관 협력 발굴체계도 구축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병원에서 건강이 악화된 위기가구가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의료사회복지사-지자체 연계를 할 수 있게 수가를 개발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병상 수에 따라 사회복지사 배치 기준을 강화하고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집배원이 복지정보를 전달하고 위기가구를 1차 상담하여 위기상황을 지자체로 연계하는 ‘복지등기’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민간 자원봉사단인 ‘좋은이웃들’ 사업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활용해 위기가구 발굴을 확대·내실화한다.

나아가 다음 달부터 국민 누구나 본인과 이웃의 위기상황을 알리고 신고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시스템인 ‘전국민 복지위기 알림·신고체계’도 구축한다.

◆전입신고서 세대원 연락처도 기재…필요 시 강제개문

위기가구를 발굴한 후 지원 대상자의 소재와 연락처를 신속히 파악하는 제도적 보완도 추진한다.

올해부터 통·이장이 참여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는 연락두절, 빈집 등 복지 위기가구에 대한 현장조사도 병행한다. 주민등록지-실거주지 불일치자 정보도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신규로 연계한다. 지난해 4차 조사부터 올해 3차 조사까지 연락두절이나 빈집 등으로 연락하지 못한 사례는 총 1만7429명에 달한다.

행정안전부·통신사 등 발굴대상자의 연락처, 다가구주택 등 동·호수 정보를 연계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전입신고 서식도 개정해 세대주 외 세대원의 연락처도 입수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법 시행령도 개정할 계획이다.

지자체가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사망이 의심되는 가구의 구조·구급을 하기 위해 강제개문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도 마련한다. 지침에는 경찰·소방의 협조를 통해 개문하는 협조요청 절차가 담길 예정이다.

위기가구가 적절한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의 보장성 강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내년에는 기준 중위소득이 2015년 맞춤형 급여 개편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인 5.47%(4인가구 기준)로 인상된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기준중위소득 35%를 목표로 단계적 상향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주거용 재산 가격이 올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급지 개편 및 재산기준 완화를 추진한다.

정부는 주민등록지 외에 실거주지 시·군·구청에서도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한다. 민간복지시설과 모금기관, 푸드뱅크 등 민간자원과의 연계도 활성화한다.

생활고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서민금융기관 간 대상자 발굴·지원을 강화한다. 위기가구 대상 근로능력평가 간소화 및 극빈곤층 자활근로 우선배치를 추진한다.

◆고립·은둔청년 등 복지 사각지대 실태 파악

이번 대책에는 1인 가구 중심의 가족 구조 변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고독사 예방·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담겼다.

올 12월에는 정부 최초로 고독사 실태조사를 통해 연말에 5년 단위 고독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2025년 12월까지 고독사예방법 입법과 함께 ‘국가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을 마련한다.

자립준비청년과 가족돌봄청년을 비롯해 고립·은둔청년에 대해서도 고립 척도 기준을 마련한다. 내년에는 실태조사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한 후 지원사업 모형을 개발할 예정이다.

수원 세 모녀는 지난 8월2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이들은 2020년 2월 화성시에서 수원시로 이사할 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화성시와 수원시 모두 이들의 행방을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지난 9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전담팀(TF)를 꾸려 종합대책을 논의해왔다.

조 장관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 놓였으나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정보연계, 민·관협력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통해 위기가구를 찾아 지원하겠다”며 “향후 사각지대 발굴·지원 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한편, 발굴 후 두터운 지원을 위한 보장성 강화방안도 지속 검토해 보다 촘촘하고 세심한 정책으로 약자복지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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