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아동에게 성적 학대 행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사람의 공무원·부사관 임용을 영구적으로 금지한 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4일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A 씨가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호의4 등에 대해 낸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A 씨가 위헌확인을 제기한 제33조 제6호의4 조항은 국가공무원법과 군인사법에 포함되어있으며 공무원 혹은 군 간부로 임용할 수 없는 부적격 대상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그중 아동에게 성적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 행위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를 공무원 채용 결격 사유로 정하는 부분이 심판 대상이다.
헌재는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 행위로 인해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을 공직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입법목적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 행위로 형을 선고받은 경우라고 해도 범죄 종류, 죄질 등은 다양하므로 개별 범죄의 비난 가능성 및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상당한 기간 동안 임용을 제한하는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동과 관련이 없는 직무를 포함해 모든 일반직 공무원 및 부사관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영구적으로 임용을 제한하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격사유가 해소될 가능성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 헌법재판관은 이런 헌법불합치 결정에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 행위는 그 자체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아동학대관련범죄의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점, 시간의 경과만으로 피해 아동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거나 공무수행을 맡기기에 충분할 만큼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운 범죄인 점을 고려할 때,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반인륜적인 범죄인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공무를 수행할 경우 공직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헌재는 당장 단순 위헌을 결정하지 않고, 2024년 5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했다. 이때까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해진 시한 이후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A 씨는 2019년 11월 아동인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성적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 학대를 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벌금 400만 원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군에 입대했던 A 씨는 유급지원병(전문하사, 부사관)을 지원했고, 전역 후에도 민간부사관으로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동복지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형이 확정되면서 국가공무원법과 군인사법에 따라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가 됐다.
이에 A 씨는 해당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