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국정원 고발 4개월 만에
피살 첩보 삭제 지시 의혹 추궁
徐 혐의 부인… 檢, 영장청구 검토
박지원 前국정원장도 곧 조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유족과 국가정보원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지 약 4개월 만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이었던 서 전 실장 조사에 이른 것이다.
○ 정점에 이른 서해 공무원 수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오전 서 전 실장을 불러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 북한군 피살 전후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이 씨가 사망하자 이튿날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일부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 내린 후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게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서 전 실장은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국가안보실 지휘 아래 군 정보 관리를 총괄했던 서 전 장관과 수사를 담당했던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조사 후 구속시키면서 수사에 속도를 냈다. 서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검찰은 16일부터 서 전 1차장을 사흘 연속 불러 조사하며 서 전 실장 소환 준비를 마쳤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점, 당시 의사결정 시스템의 정점으로 책임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자진 월북’이란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고,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 시스템상 첩보 삭제 등 의혹 전반에 관여한 만큼 범죄가 중대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남은 조사 대상은 박 전 원장 정도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박 전 원장 조사 가능성에 대해 24일 “수사팀의 판단에 의해 필요한 시점에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 검찰 수사,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향할지 관심
서 전 실장은 국정원장이었던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조사했고, 추후 서 전 실장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검찰이 두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조사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하자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강한 불쾌감도 표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14일 검찰에 안보실, 국방부, 국정원 등 문재인 정부 당시 관계자 20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지만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수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검찰이 서 전 실장 조사 등에서 문 전 대통령 지시 여부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문 전 대통령 조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서면조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3개월가량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지만 문 대통령 지시 여부 등을 확인할 자료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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