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가 15개월 된 딸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시신을 3년간 보관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서 또 다른 자녀가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숨진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25일 경기 포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위반 및 사체은닉 등의 혐의를 받는 A 씨(34)는 전남편 B 씨(29)와의 사이에서 2015년 12월 자녀를 출산했다. 이번에 시신으로 발견된 딸은 2018년 10월 태어난 또 다른 자녀다.
2015년에 출생한 자녀는 태어난 지 약 100일 만에 숨졌다. 자다가 엎어져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들은 숨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서울의 한 경찰서 의뢰로 시신 부검도 진행됐다. 그러나 아동학대 의심 정황 등 특별한 소견이 없어 사건은 종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먼저 태어나 100일 만에 사망한 아이는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그때는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가 됐으며 사망신고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에 태어난 딸의 경우는 달랐다. A 씨는 2020년 1월 딸이 사망했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시신을 숨겼다. 당시 B 씨는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복역 중이었고 A 씨는 B 씨의 면회를 다니느라 육아에 소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숨진 딸의 사망 신고도 안 하고, 시신을 자신의 집 베란다에 방치하다 여행용 가방에 담아 부모 집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B 씨는 2020년 4월경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A 씨와 함께 딸의 시신을 자신의 부모가 사는 서울 서대문구 빌라 옥상으로 옮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시신을 김치통에 담은 채 옥상 가림막 위에 숨긴 탓에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의 범행은 숨진 아이의 주민등록 주소지인 경기 포천시가 지난달 가정양육 아동 소재를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포천시는 숨진 아이의 건강검진 기록이 없고, A 씨와 B 씨 모두 “딸을 키우지 않고 있다”고 답하자 수상하게 여겨 지난달 27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범죄 연관성을 의심한 경찰은 조사를 통해 지난 14일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침에 보니 아이가 죽어 있었다. 처벌받는 게 두려워 사망 신고하지 않고 숨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A, B 씨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날 경찰은 사망한 딸의 머리뼈에 구멍이 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시신이 워낙 부패한 탓에 구멍이 언제 생긴 건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 육안으로 확인될 크기의 구멍이지만 사후에 생긴 건지 생전에 생긴 건지 판단되지 않는다”며 “타살 흔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 부모를 상대로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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