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 있어도 ‘성별정정 가능’…대법 판례변경 배경은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5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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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가 있어도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성별정정을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단이 나왔다. 전합은 이미 2006년 성별정정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2011년 전합이 혼인해 자녀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정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의 예외가 11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합은 전날 ‘미성년자 자녀가 있더라도 혼인 상태가 아닌 경우’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을 허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변경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서 혼인 상태인 경우는 이번 판단의 심리 대상이 아니었다.

2006년 6월 전합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용했다. 출생 당시의 성과 성전환을 통해 형성된 실제 성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공문서에도 성전환자의 진정한 성별을 표기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에 성전환자들의 성별정정 신청이 이어졌다. 이후 2011년 9월 전합은 혼인 상태로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고려하면,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신분관계의 중대한 변동 초래 ▲미성년 자녀 복리 현저한 침해 ▲미성년 자녀의 사회적 편견과 차별 노출 등을 성별정정 불허가 이유로 제시했다.

성별정정을 허가한다면 미성년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부모가 동성으로 표시된다. 이 경우 자녀가 사회적 편견에 노출될 수 있다고 2011년 전합은 우려했다. 따라서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부모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편이 법익이 더 크다고 봤다.

하지만 전날 전합은 2011년의 결정을 변경했다. 우선 신분관계에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봤다. 부모 중 한 명의 성별이 정정되더라도 부모와 자녀 사이의 법적 관계에 변동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전환 부모의 성별을 정정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미성년자녀에게 정서적 불안을 가중할 수도 있다고 봤다. 실제 성과 공문서상 성별이 불일치하면 사회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판단했다. 국가가 차별하는 쪽의 편견과 몰이해를 바로잡기 위해 법률·제도적으로 노력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가족관계증명서에 성별정정에 관한 내용이 담기지 말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독일·프랑스·영국·네덜란드·스웨덴·미국 등에서도 성별정정을 허가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도 반영했다. 성별정정 불허가는 국제인권규범에 반한다고 전합은 판시했다.

전합은 이번 결정을 통해 성전환자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과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배려받을 권리를 모두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제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심리 기준도 제시했다.

반면 이동원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혼인과 가족제도가 양성의 구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면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녀를 출산한 것은 성전환자가 전환 전 성을 용인한 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신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다수의견이 성전환자의 기본권 보호를 우선한 것으로 보이며 자녀의 복리를 우선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박정화·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성전환자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과 달리 소수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할 때 존재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수·오경미 대법관은 “성별정정이 새로운 신분관계를 창설한다는 반대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보충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성별정정에 관한 입법 조치가 시급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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