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PC에 불법 음란물을 소지한 사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나 징계를 받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소속 공무원이 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최근 민주평통 소속 A 씨가 민주평통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07년부터 민주평통에서 일한 A 씨는 2008년경 취미 활동인 보드게임 관련 파일 3000여 건을 업무용 PC에 내려받아 보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불법 음란물도 함께 내려받아 A 씨의 PC에 장기간 보관됐다. 2020년 1월 업무용 PC를 교체하면서 A 씨는 PC 내 파일 일체를 업무용 USB에 복사했다.
이관 작업 중 생성된 전송파일 목록은 2020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직원들의 공용 USB 로그기록을 제출하라’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의 요청에 따라 국회에 제출됐다. 김 의원은 2020년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 과정에서 ‘급한 여자’ ‘프랑스 광란 해변의 여자’ 등 음란물 목록을 공개하며 민주평통을 공개 질타했다.
국감에서 논란이 커지자 민주평통은 같은 해 11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A 씨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이후 중앙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민주평통은 2021년 8월 A 씨에 대해 “공직사회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 청구를 했으나 기각됐고 민주평통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음란물을 내려받은 시기가 2008년경으로 12년이 지난 시점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는 것은 징계시효(3년)가 지나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업무용 PC에 보관한 파일에 대해서도 “휴식시간 등을 이용해 직무수행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사용했던 것에 불과하다”며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A 씨의 주장에 대해 “(음란물) 파일을 업무용 PC에 계속 보관·사용하다가 적발된 2020년경까지 원고의 비위행위는 계속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파일을 업무용 PC에 장기간 보관한 점도 국가 정보보안지침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민주평통은 헌법 92조에 의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기구로서 민주평통에 근무하는 국가공무원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개인 및 직장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높은 청렴성, 도덕성, 윤리성이 요구된다”면서 “원고의 비위행위는 공무원으로서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성실의 의무와 원고 본인과 민주평통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후 A 씨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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