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밀항적발 27%가 경제사범… 목적지는 日 53%, 中 29%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8일 03시 00분


최근 10년간 밀항법 위반 45건 분석
“日서 쫓겨난뒤 재입국 시도 많고
中은 한국서 범죄 저지르고 도피”
밀항비용 지불 최고액은 6500만원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도주한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중국 밀항’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밀항 단속법 위반으로 적발된 이들 10명 중 3명은 김 전 회장 같은 경제사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밀항 행선지로는 일본이 53.3%로 가장 많았고 중국(28.9%)이 뒤를 이었다. 밀항 비용으로 지불한 최고액은 6500만 원이었다.
○ “돈 있는 경제사범 밀항 많아”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10년 동안 밀항 단속법 위반으로 확정된 1심 판결문 45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밀항사범 45명 중 12명(26.6%)이 사기 횡령 다단계 등 경제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하기 위해 ‘밀항’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주저축은행 총괄이사 이모 씨의 경우 2012년 6월 고객 예금 약 174억 원 등 총 210억 원을 횡령하고 부당대출로 회사에 29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후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중국으로 밀항했다. 이후 현지에서 검거돼 2014년 4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 씨는 밀항 브로커에게 6500만 원을 건네고 화물선을 이용했다고 한다.

강도나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밀항을 시도했던 이들이 3명(6.7%)으로 뒤를 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경제 발전 후 과거에 많았던 해외 취업 목적의 밀항은 거의 사라졌다. 최근에는 돈이 어느 정도 있는 경제사범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밀항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장 많은 21명(46.7%)은 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다가 강제 퇴거를 당한 후 재입국을 위해 밀항을 시도한 경우였다. 2001년 일본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돼 8년 형을 선고받고 가석방된 후 한국으로 쫓겨난 A 씨의 경우 정상적 방법으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2015년 3월 어선을 타고 일본으로 밀항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등이 현지에 있는 경우 밀항을 수차례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 어선이나 화물선 타고 환기구 등에 숨어
판결문에 공개된 밀항 비용은 수천만 원이 많았다. 판결문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한주저축은행 총괄이사 이 씨가 밀항 대가로 지불한 6500만 원이 최고액이었다. 다만 무단 승선해 밀항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3년 3월에는 인천항에서 파나마로 향하던 화물선에 무단 승선한 B 씨가 밀항 시도 중 체포됐다.

밀항은 대부분 어선이나 화물선 등을 이용해 이뤄진다. 밀항 알선책을 찾은 다음 선박을 매수하고 신분증을 위조한 후 돈을 건네는 식이다. 배에선 보통 선박 냉각수 탱크, 밀실, 환기구 등에 은신한다.

밀항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많았다. 45건 중 24건(53.3%)은 일본, 13건(28.9%)은 중국으로 향했다. 필리핀 호주 파나마 등으로 향한 이들도 소수지만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본에서 쫓겨난 후 재입국을 위해 일본으로 밀항하거나,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후 도피 목적으로 중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밀항사범은 줄어드는 추세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2건 검거 후 최근 2년 동안 검거 실적이 없다. 해경 관계자는 “항만 보안이 강화되면서 밀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검찰과 해경 등은 김 전 회장이 현재까진 국내에 숨어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수사망이 느슨해지는 타이밍에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국 항구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밀항#경제사범#범죄#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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