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빌라 안방서 쓰러진 채 발견
“부부 직업 없어”… 유서도 나와
지자체 관리 ‘위기가정’ 해당 안돼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인천 서구에서도 일가족 4명이 경제적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7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25일 오전 11시 41분경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서 A 군 형제와 40대인 B 씨 부부 등 일가족 4명이 안방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고등학생인 A 군의 담임교사가 “A 군이 현장 실습에 나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은 소방당국이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일가족을 발견했다. A 군과 두 살 아래인 동생은 숨진 상태였고, B 씨 부부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부부는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집 안에선 ‘장례식을 치르지 말고 화장을 해 바다에 뿌려 달라’는 내용의 유서와 수면제가 발견됐다. 경찰은 유서를 A 군의 어머니가 썼으며, B 씨 부부가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락이 닿은 친척은 경찰에 “B 씨 부부가 둘 다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부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살고 있던 빌라는 A 군 어머니 명의로 돼 있었는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경기 김포시의 대부업체에서 올 5월 총 3500만 원의 근저당권과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위기가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구는 3개월 이상 전기요금 연체 등 34종의 위기 정보를 바탕으로 위기가정을 발굴해 관리한다. 2014년 생활고로 숨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생긴 제도인데 A 군 가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서구 관계자는 “A 군 가족은 2016년부터 해당 집에서 거주했는데 복지 지원 등을 신청한 적은 없었다”며 “사전에 위기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고 관련 상담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A 군은 취업을 위해 현장 실습을 나가고 있었고 동생은 지난해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고등학교는 진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가족은 평소 이웃과도 교류가 많지 않았다. 같은 빌라에 사는 한 주민은 “평소 오가다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였다”며 “아들 둘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 같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군 형제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고 친척과 지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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