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대 제강사의 철근 입찰 담합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기업 고위 임원들까지 겨냥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았던 고위직에 대한 고발을 요청하며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한국철강·와이케이스틸·환영철강공업·한국제강 등 7대 제강사 고위직 임원들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최근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공정위는 검찰의 고발 요청이 있는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
앞서 공정위는 8월 7대 제강사와 전현직 직원 9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현직 직원들은 실무진이 대부분으로, 임원급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2012∼2018년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 입찰에서 입찰 가격과 낙찰 물량을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산하 학교 등 공공기관이 사용할 철근을 구매하기 위해 연평균 130만∼150만t(약 9500억 원) 규모의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7대 제강사들은 이 입찰에 앞서 대전 조달청 인근 카페 등에서 만나 최저가격을 상의하고 낙찰 물량 배분을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12일 7대 제강사 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후 한 달가량 관련자 수십여명을 불러 조사한 뒤 고위직 임원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담당자들이 비정기 모임을 갖고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만큼 고위 임원의 관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직원들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도 수사 범위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제강사들의 담합으로 높아진 철근 가격만큼 국민 세금이 낭비됐다고 보고 제강업계의 담합 행위를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담합 행위에 대해선 과태료 처분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기업 담합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분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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