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이번 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 전 실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한 검찰은 서 전 실장이 고(故)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 판단과 관련 첩보 삭제 지시 등을 총괄했고, 혐의도 모두 부인하고 있어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번 주중 서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북몰이’ 컨트롤 타워 의심…“배포선 조정” 반박
검찰은 지난 24일과 25일 이른바 ‘월북몰이’의 컨트롤 타워로 지목된 서 전 실장을 연이틀 불러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판단한 경위와 자진 월북 판단과 배치되는 첩보·기록의 삭제 지시 여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직속 부하인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도 지난 16일부터 사흘 연속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게 자진 월북 방침과 배치되는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차장을 사건의 공범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 전 실장은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첩보의 배포선을 조정하라고 했을 뿐, 명시적으로 삭제를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 전 장관도 보안을 강화하라는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배포선을 조정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마무리…내달 피의자 기소 전망
검찰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과 서 전 실장이 혐의를 부인하는데 따른 증거인멸 우려 등을 반영해 서 전 실장의 신병 확보를 고려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무원이 하루아침에 월북자가 돼 버렸다”며 “과연 국가기관이 헌법과 법령에서 정한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할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수사하는 것)”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국가정보원과 이씨 유족으로부터 서 전 실장 등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뒤 서 전 실장 등 피의자들의 자택과 국정원·국방부 등 관계기관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소환하며 수사를 진행해왔다. 서 전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도 발부됐으나, 구속적부심이 인용되면서 석방됐다.
검찰은 지난달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감사원으로부터 원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을 마친 뒤, 해당 자료와 관련한 관계기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도 끝냈다. 사건 전후 안보실에서 생산된 문서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진행 중인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도 마무리 단계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욱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첩보를 삭제한 의혹을 받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 조사를 하면 기소를 하지 않고, 출석 조사를 하면 기소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도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서면조사를 했는데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신병을 처리한 뒤 다음 달에는 사건 피의자들의 혐의 사실을 확정해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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