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더탐사(더탐사) 취재진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현관문 앞까지 찾아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됐다. 취재진은 집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고 취재를 목적으로 찾아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더탐사 기자 5명에 대한 보복범죄 및 주거침입 혐의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더탐사가 게시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이들은 전날 오후 1시께 한 장관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의 공동현관을 지나 현관문 앞까지 찾아갔다.
이들은 “취재를 하려고 이곳에 섰다”며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일요일에 경찰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장관 집 앞에 있는 택배를 살펴보거나 현관문 도어락에도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장관은 취재진 5명을 주거침입, 보복범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취재라는 이름만 붙이면 모든 불법이 허용되는 것인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형법 제319조는 다른 사람의 주거, 건조물 등에 침입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집 안이 아닌 아파트 공동현관 내부로 들어가는 행위까지 주거침입으로 볼 수 있냐는 부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주자가 아닌 이들이 허가를 받지 않고 공동현관을 통과했기 때문에 주거침입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서지원 법무법인 나란 변호사는 “공동현관이 열려있거나 비밀번호가 없는 곳이라고 해도 불특정 다수가 들어가도 되는 상가 등이 아닌 주거지기 때문에 주거침입 혐의가 인정된다”며 “배달원, 주민 등 출입이 허가된 사람이 아니라면 공동현관만 들어가도 주거침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봤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주거 내 평온을 해하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2009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공동주택이라고 해도 복도나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공인 취재를 위한다는 목적이 혐의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입장이 엇갈렸다.
서 변호사는 “법원이 집 앞까지 찾아간 행위를 기자의 정당한 행위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집 앞에 찾아가 한 발언들이나 도어락을 만지고 택배를 확인한 행위 들을 미루어봤을 때 정당한 취재라기보단 앞선 고소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한 보복성이 강하다고 판단할 것 같다”고 봤다.
더탐사 취재진이 현재 한 장관에 대한 스토킹처벌법 위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혐의를 무겁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 전 장관은 퇴근길에 한 달 가까이 자동차로 미행당했다며 더탐사 기자 김모씨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김씨는 취재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현관문 앞이라고 해도 공동현관을 본인의 카드키 등을 사용해 합법적으로 들어간 게 아니고, 주민이거나 배달이라든지 일종의 승낙을 받고 들어간 게 아니기 때문에 주거침입이 맞다”며 “이 사람들은 기존에 스토킹 범죄로 고소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거침입보다는 더 죄질이 나빠 실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봤다.
반면 서 변호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정황이 있지 않은 이상 단순 주거침입 혐의로는 벌금형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스토킹 범죄 전력이 있다고 해도 실형이 나오긴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한 방송사 기자와 PD가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씨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조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1층 공동현관을 무단 통과해 현관문 초인종을 눌렀기 때문에 더탐사 기자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조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공동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약식기소했다. 법원이 정식 재판에 회부하면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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