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Sea FARM SHOW]
20년 넘게 축적한 양식 기술로 생산
항생제 줄이고 백신 투여해 안전성 확보
전기료 인상 부담… “농민용 전력 공급 필요”
21일 오후 전남 완도군 군외면 달도리 범홍수산 양식장. 바다에서 150m 정도 떨어진 육상 수조 115곳에서 1∼3kg짜리 광어 35만여 마리가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이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홍진 씨(35)가 고등어와 전갱이 등을 갈아 만든 천연사료를 뿌리자 광어들은 수조를 더 빠르게 휘젓고 다녔다.
김 씨는 “35평(약 116m²) 규모의 수조 1곳에서 3000∼3500마리를 키우고 있다”며 “청정 바닷물로 생산하는 완도 광어는 비린내가 없고 쫄깃쫄깃해 미식가들이 최고로 쳐 준다. 완도 광어 앞에 ‘명품’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붙일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 ‘국민 횟감’으로 대접받는 광어
과거 ‘청해진(淸海鎭)’으로 불렸던 완도는 천혜의 자연 환경에서 20년 넘게 축적한 양식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광어를 생산하고 있다. 완도는 리아스식 해안선 839km를 따라 갯벌과 해조류가 숲을 이루고 있고, 해저 역시 대부분 맥반석으로 이뤄져 깨끗한 바닷물이 상시 유지된다. 각 양식장에선 광어가 지낼 바닷물로 ‘바다 심층수’를 끌어오는데, 하루에 물을 약 30회 교체할 정도로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현재 완도 지역 광어 양식장 160곳이 전국 생산량의 34%인 연간 1만5000t을 생산 중이다.
양식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온대성 어종인 광어는 영상 24, 25도의 수온에서 가장 잘 자란다. 이에 양식 어가들은 ‘히트펌프’로 불리는 대형 전기온수기를 활용해 겨울철 바닷물 수온을 7도 이상 끌어올리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광어가 여름에는 쑥쑥 크고, 가을에는 영양분을 축적하며, 겨울에는 체형만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라며 “사계절 수온 변화를 자연 상태 그대로 느끼며 자라기 때문에 육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완도산 광어가 ‘국민 횟감’ 대접을 받는 건 안전성까지 확보해서다. 최근 양식 어가들은 항생제를 줄이는 대신 백신 투여에 주력하고 있다. 백신은 질병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 건강하고 안전한 광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도 백신 투여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광어는 저지방, 고단백, 저칼로리 먹거리인 데다 환자와 노약자의 영양식으로도 좋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완도 광어 가격은 최근 kg당 1만6000원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 양식 어민은 “광어가 초밥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일정한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기료 인상으로 경영 부담 가중
다만 올해 전기요금이 2차례나 인상된 것은 양식 어가들의 경영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전력은 올 4, 10월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요금을 kWh당 12.3원씩 인상했다. 양식업은 ‘농사용(을)’ 요금을 적용받는데 올 1월과 비교하면 36%나 인상됐다고 한다.
발전기 펌프와 산소공급 장치 등 전기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양식업 특성상 전체 생산비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는 전체 생산비의 20% 이상이 전기요금이라고 한다. 전남 해남에서 광어 30만 마리를 키우는 이기호 씨(58)는 “매달 1460만 원씩 내던 전기요금이 매달 2100만 원으로 올랐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수협중앙회는 최근 회원 조합장들의 서명을 받은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전기요금 인상률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양식업계는 “백신 접종 비용도 축산 농가처럼 전액 국비로 지원해주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이다. 김양곤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조합장은 “그동안 양식업은 농업과 유사한 시설임에도 농사용 전력을 공급받지 못했다”며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농·어업 형평성 유지 차원에서라도 (농민들에게 적용되는) ‘농사용(갑)’으로 적용 요금을 변경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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