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Sea FARM SHOW]
“냉동 횟감과 비교 안 될 뛰어난 맛” 입소문, 치어 확보-자연재해 등은 넘어야할 난제
통영市 “수출시장 개척-민간투자 유치”
21일 오전 8시 경남 통영시 욕지도.
통영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반 동안 32km를 달려 도착하니 남평참다랑어영어조합법인(남평영어조합)이 운영하는 참다랑어 가두리양식장이 보였다. 먹이를 주는 기계가 해동한 고등어를 대포처럼 쏘아대자 참다랑어 수십 마리가 순식간에 물 위로 비상해 낚아챘다. 수중 카메라로 본 수심 35m에는 참다랑어 수백 마리가 빠르게 헤엄치고 있었다.
잠시 후 주문 전화가 걸려오자 어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특수 제작한 낚싯대를 들고 온 문춘식 소장은 30분 넘는 사투 끝에 80kg짜리 참다랑어 1마리를 낚고 크레인으로 끌어올렸다. 문 소장은 “최상품으로 팔려면 힘들어도 작살이 아니라 낚시로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잡힌 참다랑어는 전국 각지의 호텔과 일식집으로 곧바로 배송된다.
○ 일본 치어로 양식 성공한 참다랑어
현재 이 양식장엔 참다랑어 약 2500마리가 살고 있다. 문종열 대표가 2017년 일본에서 치어를 들여와 5년 동안 키운 결과다. 문 대표는 “냉동 참다랑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입소문이 퍼지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참다랑어는 참치 중에서도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뛰어나 고급 횟감으로 쓰인다. 참치 통조림에 담기는 가다랑어보다 10배 이상 비싸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참다랑어는 대부분 냉동 수입품이다. 하지만 최근 남평영어조합과 홍진영어조합 등 두 곳이 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하면서 냉동하지 않은 참다랑어를 합리적 가격에 맛볼 수 있게 됐다.
두 업체 모두 욕지도 해상에서 양식장을 운영한다. 먼바다에 있어 오염될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참다랑어는 중금속이나 미세 플라스틱이 아가미에 붙으면 숨을 못 쉬어서 깨끗한 바다에서만 살 수 있다”며 “생명력이 강해 항생제도 쓸 필요 없다. 최고로 안전한 먹거리”라고 말했다.
그동안 양식업계에선 참다랑어 양식을 두고 ‘무모한 일’이란 시각이 많았다. 난대성 어종인 참다랑어가 겨울철에도 영상 12도가량에 불과한 남해의 수온을 견딜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두 업체는 경험을 축적하며 참다랑어의 무게가 8kg을 넘으면 수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문 대표는 “치어를 들인 뒤 1년만 버티면 크게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와 지자체도 지원
최근 세계적으로 참다랑어 어획량이 줄면서 양식기술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한국이 양식에 성공했지만 일본에서 치어를 수입해 기르는 방식이라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4kg 치어도 마리당 20만 원이나 된다. 두 업체는 인공수정을 통해 치어를 생산하는 ‘완전 양식’과 자연에서 치어를 잡아 키우는 ‘축양 방식’에 모두 도전하고 있다.
참다랑어 양식이 넘어야 할 관문은 또 있다. 먼저 자연 재해다. 홍진영어조합은 2016년 태풍 ‘차바’로 애써 기른 참다랑어 약 2500마리를 잃어버렸다. 또 한국 연근해에서 잡히는 태평양 참다랑어 어획 할당량은 671t(축양용 10t 포함)에 불과해 치어 확보도 쉽지 않다. 문 대표는 “참다랑어 양식은 자연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투자 위험과 피해를 온전히 감수해야 한다”며 “어획 할당량을 크게 늘려야 치어를 확보하고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향후 성장성 등을 감안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거센 파도와 조류에 견딜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가두리양식장을 지난해 업체당 6억4000만 원씩 지원해 설치했다. 축양 할당량을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경남 통영시도 수출시장 개척을 지원하기로 했다. 생산 가공 유통 등 전 단계에 걸쳐 높은 수준의 위생 환경을 갖추고, 다양한 마케팅과 채널 확보로 세계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천인기 통영시장은 “정부와 참다랑어 양식을 자연재해보험 대상에 넣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통영을 대표하는 양식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민간 투자를 끌어올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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