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한 아파트의 주민 A씨는 엘리베이트에서 평소 층간소음으로 불만이 많던 아래층 주민 B씨를 만났다. 그리고 B씨의 4살 딸 아이에게 얼굴을 바싹 갖다 대고 “너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러워? 너 엄청 뛰어다니지?”라고 혼냈다.
또 B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나가려 하자 문을 막고 B씨를 밀쳤다. 이 모습에 B씨의 7살 딸이 울음을 터뜨렸다. 1,2심은 A씨를 ‘아동학대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대법원이 이달 이 원심을 확정한 것.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전체 층간소음 민원 가운데 67%가 뛰거나 걷는 소리다. 5% 미만인 가구 끄는 소리, 세탁기 청소기 소리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는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웃 주민이 다른 집 아이들을 무작정 혼내다가는 A씨처럼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집안에서 마구 뛰어다니면서 아랫집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적절한 교육과 함께 실효성 있는 소음방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 아래 사례는 실제 경험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집안에서 쿵 쿵 뛰는 아이들’… 통제 어려운데 아래층은 항의하고
경기도 과천의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아이 둘을 키우는 40대 여성입니다.
4살, 6살 남자 아이를 두 명이나 키우다 보니, 집안에서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아래층으로부터 층간소음 항의도 몇 년째 많이 받았습니다. 조심하라고 해도 뛰어다니는 애들을 말리기 힘듭니다. 말리는 순간에만 조용해지고 뒤돌아서면 또 뛰고 있어 답답한 노릇입니다.
아래층이 다소 민감한 것도 있지만 아래층만 탓할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애들에게 슬리퍼를 신겼는데도 갑갑하다고 신지 않고 벗어 던집니다. 그럴 때마다 큰 소리로 혼내고, 심할 경우에는 벌을 주기도 하지만 그 때뿐입니다.
남편은 “우리집 층간소음이 그리 심한 것 같지도 않은데 당신이 애들에게 너무 심하게 한다”고 애들 편을 듭니다. 아래층에서 불만을 제기할 때 얼마나 얼마나 곤란해하는 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입니다. 이 문제로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은 전원이 정신적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한번은 아이들이 침대에 올려둔 장난감을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는 바람에 쿵!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자마자 아래층이 관리소에 바로 민원을 넣어, 관리실 직원이 우리 집을 방문하기까지 했습니다. 겨우 사정을 말하고, 죄송하다 하고 마무리했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점차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사도 알아보았지만, 아파트를 옮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요즘은 집안의 작은 소리에도 마음을 졸입니다. 아이들에게 뛰면 안 된다고 소리치는 것도 미안해지고, 아이들에게 집 안에서 뛰지 말라고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막막합니다.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상사가 저희 가족에게도 생기지 않을까 더 두렵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층간소음 갈등 가운데 위층에서 걷거나 쿵쿵 뛰는 소리가 전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그냥 방치했다가는 큰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먼저, 불만이 주로 발생하는 시간대를 파악하기 바랍니다. 이 시간대만큼은 아이가 뛰지 않게 해야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노력할 때는 칭찬 스티커, 과자같은 것으로 충분한 칭찬과 보상을 해 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층간소음 저감용 슬리퍼는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애들이 불편해 할 수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슬리퍼 꾸미기를 같이 했더니 아이가 자기 슬리퍼에 애착을 갖고 신고 다니기를 좋아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자꾸 벗겨지면 끈 있는 슬리퍼를 장만합니다.
성의도 함께 보이면 더욱 좋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아래층에 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시간을 좀 달라고 양해를 구해 보십시요. 층간소음 갈등의 상당 부분은 감정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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