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서교공) 양대노조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한 30일 오전 시민들의 출근길 열차 이용에서는 큰 불편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서울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 구간(신논현∼중앙보훈병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됐지만, 서울시와 공사의 비상대책으로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혹시나 열차 운행이 지연될까 평소보다 빨리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시민들은 파업이 계속 이어질까 우려했다.
이날 오전 7시께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호선 신도림역과 강남역 등 도심 주요 지하철역 개찰구와 승강장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 붐비거나 출근길 인파가 몰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인근 버스 정류장도 여느 때와 같았다.
전광판에는 여느 때처럼 3~4분 간격으로 열차가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패딩이나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와 귀도리로 얼굴을 꽁꽁 싸맨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기온은 전날보다 15~20도 가량 떨어져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상태다. 특히 서울은 -7도로 영하권 강추위가 몰려왔다.
지하철 역내에서는 “서교공 노조의 파업을 대비해 출근시간대를 제외한 귀가시 시간대에 일시적으로 열차운행 간격이 조정되오니 열차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란다”는 안내 방송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2호선 강남역에서 만난 한 역무원은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정상운영”이라며 출근길 시민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출근 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서울시와 공사가 퇴직자·협력업체 직원 등 대체인력을 통해 평시 대비 83% 수준인 1만3000여명의 인력을 확보해 출근 시간대 정상운행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낮 시간대는 평시의 72.7% 수준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파업 기간 동안 서울 지하철 노선별 운행률은 1호선의 경우 평일대비 53.5%로 줄어든다. 2호선 본선은 72.9%, 3호선은 57.9%, 4호선은 56.4%, 5∼8호선은 79.8% 수준으로 떨어진다. 공휴일 예상 운행률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른바 ‘출근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걱정이 가득했다.
한 30대 직장인은 “출근 시간대에는 그대로 운행해서 특별히 불편한 건 못 느꼈다”며 “파업 소식을 듣고 일찍 출근하러 나오기는 했다”고 말했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1시간 일찍 일어났다”며 “지금이야 뭐 그대로 운행한다니까 크게 체감은 없는데 이따 퇴근길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예비군 군복을 걸친 또 다른 남성은 “딱히 지하철 타는 데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파업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날도 춥고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데…”라고 뒷말을 흐렸다. 광화문역에서 만난 김모(75)씨는 파업에 대해 “실감하는 건 없다”면서도 “날도 추운데 반대한다”고 했다.
지하철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랑구에 사는 정모(29)씨는 야근하고 퇴근하는 길이라며 “아직 시작이라서 체감은 안 된다”면서도 “아무래도 출퇴근길이 불편하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땐 평소처럼 지하철을 이용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아무래도 대체수단이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실제 내달 2일 코레일 총파업도 예고돼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지하철 대란 우려는 커질 전망이다.
서교공 노사는 전날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과 인력감축 문제를 놓고 심야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이에 따라 서교공 양대 노조는 오전 6시30분부터 총파업에 돌입해 오전 10시40분 서울시청 서편에서 조합원 5000여명이 참여하는 출정식을 가질 예정이다. 지하철 파업은 지난 2016년 9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파업 이후 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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