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역삼역에서 15분 넘게 지하철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계단 위에서 갑자기 인파가 몰려 내려왔어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생각이 나 무서웠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직장을 다니는 서모 씨(29)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광판에 계속 ‘열차 없음’으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안 잡혔다”며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이미 사람이 가득해 버스도 간신히 비집고 탔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서울지하철 1~8호선 등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공사)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직장인들은 ‘퇴근 대란’을 겪었다. 공사 노조의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개찰구까지 승객 가득 차
노조 파업으로 열차 운행 편수가 줄면서 이날 오후 5시 전후부터 강남역 등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의 지하철역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본격적인 퇴근 시간이 되자 역삼역은 승강장 뿐 아니라 역내 개찰구와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가득 찼다. 경찰은 강남·삼성·선릉·역삼역 등 강남 일대 지하철 개찰구에 출동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아슬아슬한 상황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 반경 충정로역에선 이미 만원으로 들어온 홍대입구역 방면 2호선 열차에 일부 승객이 무리하게 타면서 문이 5차례나 닫히지 않아 1분 넘게 정차했다. 열차에선 “8-2 문이 안 닫힙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조치한 후에야 열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2호선 운행은 내선 33분, 외선은 27분 운행이 늦어졌다. 1호선(10∼20분), 3호선(25~28분), 4호선(10∼18분) 등도 지체됐다. 서울시가 파업에 대비해 대체 인력을 투입했지만 이날 낮과 퇴근시간대(오후 6~8시) 열차 운행률은 평상시의 72.7~85.7% 수준에 그쳤다.
서울시는 파업이 8일 이상 지속될 경우 일부 시간대 열차 운행률이 평시 대비 67.1%~80.1% 수준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출근시간대만은 평시처럼 운행한다는 방침이다.
●지하철 포기…버스 정류장도 만원
지하철 타기를 포기한 시민들이 몰리면서 버스정류장도 종일 북적였다. 오후 6시 40분 경 서대문구 충정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영등포구 주민 이모 씨(27)는 “지하철을 두 번 그냥 떠나보내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버스를 타러 나왔는데, 오는 버스마다 ‘혼잡’ 상태라 탈수가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출근시간대엔 지하철이 최대 10분 가량 지연되는 데 그쳤지만 파업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대거 자동차와 택시를 이용하면서 도로 곳곳이 정체를 빚었다. 정체는 퇴근길까지 이어졌다. 서울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반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15.7km, 도심은 시속 11.7km로 전날 오후 6시 대비 시속 3.5~4km가량 느려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가 속한 철도노조 역시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예고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철도와 일부 서울지하철 열차 운행이 줄면서 승객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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