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파업]
향후 5년간 노정관계 결정 시금석… 정부-노동계 모두 강경대응 모드
화물연대 이어 6일 총파업 예고, 서울지하철 등 타결… “파급 제한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을 계기로 대정부 총력 투쟁에 나선 것을 놓고 노동계에선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정부가 들어선 첫해 정부와 민노총 사이의 대립은 반복적으로 이어져 왔다. 양측 모두 향후 5년간의 노정관계를 유리하게 끌어가겠다는 판단에 따라 강경 대응에 나서며 국민 불편과 산업계 피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새 정부와 ‘힘겨루기’ 나선 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업무개시명령으로 협박한다”며 “화물 파업을 엄호하고 지지해 동지들을 지키고 함께 승리하겠다”고 외쳤다. 약 3000명(주최 측 추산)의 참여 조합원은 ‘국가책임 강화’ ‘국민안전 실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총파업 투쟁으로 시민 안전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가 삼각지역 인근 한강대로 편도 6개 중 5개 차로 400m 구간을 점거한 채 진행돼 일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앞서 민노총은 지난달 30일 긴급 임시중앙집행위원회에서 3일 전국노동자대회, 6일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끝날 때까지 투쟁기금도 모금하기로 했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양측 간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자 장기전 채비에 나선 것이다.
공공부문의 임금·단체협상이 몰리는 연말은 원래도 공공 노조의 파업이 많은 시기다. 올해는 특히 새 정부 첫해를 맞아 인력 감축 등 공공부문 정책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겹치면서 역대급 겨울 투쟁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올해 말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벌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이 구심점으로 부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정권 초기에 공공기관 부실·방만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노정 갈등의 발화선이 되곤 한다”며 “표면적으론 민노총이 산하 노조를 지원하는 형태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에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여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13년 연말에도 철도노조가 수서발 고속철도(KTX) 분리에 반대하며 22일간 철도파업을 벌이고 민노총이 이를 뒷받침한 경우가 있었다.
○ “총력투쟁” 선언에도 파급 제한적
민노총 측은 “화물연대는 총노동 차원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핵심 투쟁전선”이라며 집중 투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민노총이 실제로 연쇄 파업을 통해 투쟁 동력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개별 노조들은 협상을 통해 얻게 되는 이해관계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관철되면 언제든 파업을 철회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노조, 서울대병원 노조, 대구지하철 노조 등이 최근 줄줄이 협상 타결로 파업을 철회했다.
민노총이 6일로 예고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역시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쟁의권이 확보된 사업장에선 파업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조퇴, 휴가 등을 통해 총파업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다수 민간 기업은 이미 임·단협을 끝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쟁의권을 확보한 대형 사업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등에 불과하다. 파업 동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대형 사업장 노조일수록 민노총 지시보다는 개별 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파업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경제가 악화하는 시기에 여론의 공감을 얻기 힘든 점도 민노총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민노총 내부도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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