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는 산하 노조들의 파업 대열 이탈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연일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가운데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도 투쟁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연대 투쟁” 호소에도 1만여 명 집결 그쳐
4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이 전날 서울과 부산에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는 1만여 명이 집결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주장하며 “연대를 위해 화물연대 투쟁에 집중하자”고 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서울 대회에서 “정부와 여당은 민노총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계엄령’에 빗대며 “(정부가) 노동자에게 목줄을 채우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초 이번 대회는 서울에서만 열릴 예정이었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민노총이 지난달 30일 서울과 부산 분산 개최를 결정했다. 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1일 호소문을 내고 “110만 조합원이 힘차게 투쟁에 나서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전국노동자대회의 규모는 이전 집회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달 12일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9만 명, 9월 24일 전국 동시 결의대회에는 약 2만8000명이 나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대규모 집회로 인해 조직 동원력이 약해진 데다 전국철도노조, 서울교통공사 노조 등이 협상 타결로 파업 대열에서 이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6일 예고된 전국 동시 총파업·총력투쟁대회의 파급력도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민노총과 화물연대를 둘러싼 찬반 집회도 열렸다. 진보 성향의 촛불전환행동이 서울시청 인근에서 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윤석열 퇴진과 화물연대의 투쟁은 만나야 한다”고 했다. 반면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이 연 집회에선 참가자들이 “민노총의 파업과 집회를 규탄한다”고 맞섰다.
● 파업 참여율 줄고 회복되는 물류량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채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내부 결집력이 약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일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여 명 중 약 2900명(13.1%)이 파업에 참가했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약 4300명)의 67% 수준이다. 다만 이 숫자는 파업 집회에 참여하거나 대기하는 조합원 기준으로, 운송을 거부하는 전체 차주를 집계한 건 아니다.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4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12개 주요 항만에서 밤 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지난달 27일 대비 2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평시 반출입량 규모가 가장 큰 부산항 역시 같은 기간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2배로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시멘트 분야의 수송량도 점차 늘고 있다. 3일 기준 시멘트 수송량은 8만4000t으로 평시 토요일 운송량(10만5000t)의 80%까지 회복됐다. 석유화학 제품 출하량은 평시 대비 21%로 집계됐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가 2일 한국 정부에 대한 긴급 개입 절차를 개시했다”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공식적인 감독 절차가 아니라 법적 효력이 없는 단순 의견 조회”라고 반박했다. 민노총은 앞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도 ILO 개입을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가 의견을 전달하기 전에 파업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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