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도 눈 속에서도 ‘대~한민국’…졌지만 잘 싸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6일 07시 31분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마음이 힘들었는데 국민들에게 행복을 줘 기억에 남는 월드컵이었습니다.”

브라질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이 끝난 6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정석훈 씨(22)는 경기가 끝나고 웃으며 이 같이 말했다. 시민들은 전반전 브라질에 4골을 내줬지만, 후반전에도 자리를 지키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날 거리응원에는 3만5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응원하기 위해 모여 있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응원하기 위해 모여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 4시 광화문광장에선 네 번째 거리응원전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영하 3도의 날씨에 눈이 오는 와중에도 붉은악마의 뿔을 상징하는 머리띠를 차고 두꺼운 점퍼를 입고 거리응원에 참석했다. 경기가 시작될 무렵 세종대로 양방향 7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제외한 전 차로에선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경기를 관람했다. 고등학생 전민규 씨(16)는 “다음주에 기말고사가 있고 오전 8시까지 등교해야 하지만, 16강전이 열리는 데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안태영 씨(20)는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거리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 경기를 앞두고 6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응원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 경기를 앞두고 6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응원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반전에만 네 차례 브라질 선수들의 골이 터지자 곳곳에선 아쉬운 탄성이 쏟아져 나왔고, 일부 시민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져 갔다. 하지만 붉은악마 측이 ‘대한민국’을 외치자 시민들은 “할 수 있다” “끝까지 지켜보자”며 응원을 계속했다. 일부는 전반전이 끝나고 광장을 벗어났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직장 동료 11명과 함께 거리응원을 찾은 모준수 씨(28)는 “져도 괜찮으니 끝까지 대표팀 선수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반전 1분 손흥민 선수의 돌파 이후 슈팅이 브라질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후반 30분 백승호 선수의 중거리슛이 골로 이어지자 사람들은 모처럼만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지르며 ‘오~대한민국 승리의 함성’을 불렀다.

8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시민들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며 대표팀을 위로했다. 직장인 윤금선 씨(68)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월드컵으로 기쁨을 안겨준 대표팀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시원 씨(24)는 “처음에 골이 많이 먹혀 안타까웠지만,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한 선수들이 좌절하지 말고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이후 각자 자리에 있는 쓰레기를 정리하고, 안전요원들의 통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광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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