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의 운송업체 대표 A 씨가 7일 전한 말이다. A 씨는 “어제 사무실에 기사 한 명이 찾아와 ‘파업 끝났다’고 말하더라”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수입이 크게 줄었는데 명분도 없고, 효과도 없는 파업에 실망감이 크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만 2주일이 되면서 파업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지휘부를 향해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업’이라는 조합원들의 비판도 커지면서부터다.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한 차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생계비 부족이다. 일을 하지 않는 동안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물류 지역의 화물차주 월 매출액은 1000만~1500만 원 사이다. 여기에서 할부로 구매한 화물차의 월 납부액과 유류비, 각종 관리비를 제외하면 월 6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파업에 2주일을 참여했다면 수백만 원의 생활비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차량 할부금조차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6월 파업의 경우 일부 화물 차주들은 정부로부터 수백만 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받았다. 화물차주 B 씨는 “당시 돈을 받은 사람들은 한달 월급 정도가 나오니까 파업에 계속 참여한 것”이라며 “현장에서는 ‘정부가 파업 자금 대준 꼴’ 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정작 정부는 화물 차주 몇 명이, 지원금 얼마씩을 받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종에서 피해가 누적되고 있지만 운송거부로 인한 효과가 당초 화물연대 측이 생각한 만큼에는 미치지 못한 것도 파업 지속 명분을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하반기(7~12월) 물동량 자체가 많이 줄어들어서다. 화물연대 파업이 생각보다 ‘무딘 칼’이었다는 뜻이다. 부산의 한 운송업체 임원 C 씨는 “6월엔 코로나19 제한이 막 풀리면서 장거리 운행차량을 섭외하려면 웃돈을 줘야 할 정도로 물동량이 넘쳐났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6월 파업기간(8일)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는데도 물류대란이 그 때만큼 심하지 않은 이유다.
일부에서는 화물연대가 내세운 명분 자체가 강한 파업 추진력을 갖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량에만 적용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6월 파업 당시 정부로부터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 약속을 받은 뒤 5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섰다. 이번에도 ‘안전운임제 완전 폐지’를 주장하자 다른 품목 화물 차주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화물 차주 D 씨는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는 6월에도 무산됐고 이번이라고 다르겠느냐”면서 “결국 컨테이너 차주들만 좋지 나머지는 들러리를 선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송사 대표 E 씨는 “화물연대 한 조합원이 ‘이번 파업은 망했다’고 말하더라”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하고 미 참여자에 대한 폭력 소식도 나오다보니 파업에 반기를 드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화물차 기사들의 현장 복귀를 앞당기고 있다는 의미다.
화물차들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밤 시간대(오후 5시~오전 10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126%로 상승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컨테이너 반출입이 마비됐던 전남 광양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111% 수준으로 올랐다.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평시 대비 129%로 상승했다. 전날 시멘트 출하량은 평년 대비 88%, 레미콘 생산량은 평년 대비 61%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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