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 국민의힘 출신 지자체장들이 연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자’는 주장을 펼치자 7일 방역 당국 안팎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여겼던 집권 여당 출신 인사들이 중앙 정부의 방역 기조를 흔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반발은 있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지자체장들은 주로 야당 인사였다. 당시 국민의힘 출신인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은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 음성을 증명하게 하는 ‘방역패스’ 해제를 주장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가 기자에게 “최근 상황을 보면 여야가 바뀐 것 아닌가 싶다”라고 하소연한 이유다.
방역 당국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전시의 실내 마스크 자체 해제론이 나온 2일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겨울철(7차) 재유행이 잦아드는 내년 3월경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동절기 추가백신 접종률이 60세 이상은 50% 이상, 취약시설 거주자와 종사자는 60%에 달했을 때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인사발 실내 마스크 해제론이 국민 여론을 타고 확산되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1월 말경 해제 요건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7일 “12월 안에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최종 기준을 만들겠다”며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했다.
수일 만에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급격하게 좋아진 것도 아닌데,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정부 내 기류가 떠밀리듯 해제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7차 유행 탓에 최근 하루 50명 안팎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1월 말 코로나19 상황이 얼마나 나아질지 확신할 수 없다”며 “정부의 공언처럼 1월 말 마스크를 벗으려면 해제 기준을 대폭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학방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하에서 중앙정부와 여당 출신 지자체가 갈등을 노출시킨 건 방역의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다. 방역 단일대오를 깨고 ‘각자도생’을 선택한 지자체나 여당과의 소통 부족을 드러낸 방역 당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 정부는 실내 마스크 해제의 과학적 근거와 기준을 하루빨리 제시하고, 지자체들은 그 기준을 따르는 게 국민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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