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발굴조사로 350여 점 발견
12∼14세기 제작된 고려청자 많아
숫돌 추정 석재 100점도 나와 눈길
공납품 해상운송 과정서 침몰 추정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해역에서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등의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이 지역이 과거 해양 교류의 거점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발견으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군산시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올 4월부터 고군산군도 해역에 대한 수중 발굴 조사를 벌인 결과 고려청자·분청사기·백자·숫돌(칼이나 낫 등 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는 돌) 등 350여 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고군산군도 해역은 선유도와 무녀도, 신시도 등 16개 유인도와 27개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1872년 만들어진 ‘고군산진 지도’에는 이곳이 국제 무역항로의 기항지이자 서해안 연안 항로의 거점으로 서술돼 있다. 선박이 바람을 피하거나 기다리는 곳으로도 이용됐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1123년 고려 방문 당시의 경과와 견문을 적은 여행보고서인 ‘선화봉송고려도경’에는 고군산군도의 중심이 되는 선유도에 사신을 대접하던 군산정(群山亭)이 있었던 것으로 언급돼 있다. 이곳이 해양 교류의 거점이었음이 각종 문헌에 남아 있는 것.
고군산군도 해역에 대한 발굴 조사는 2020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수중문화재 발견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당시 조사를 통해 청자 다발 81점을 비롯해 난파 당시 유실된 것으로 보이는 목제 닻과 노(櫓) 등 214점의 유물을 확인했다.
이 해역에 고선박이 난파됐을 가능성을 확인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올 4월부터 본격적인 수중 발굴 조사에 나섰고, 다수의 유물을 추가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이 해역에서 발굴된 유물은 모두 560여 점에 이른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이 발굴된 유물은 12∼14세기경에 만들어진 고려청자로 대접과 접시 등 일상 용기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 전라도 일대의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분청사기와 백자, 운송 및 선상 저장용으로 보이는 도기도 다수 포함됐다.
과거 중국과의 교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중국 송나라 이후의 도자기 일부도 발견됐다. 고군산군도 해역이 고대부터 활발한 해상 활동의 무대였음을 알 수 있는 삼국시대 토기·숫돌로 추정되는 석재 등도 발굴됐다. 특히 숫돌로 추정되는 석재 100점이 발견됐는데, 국내에서 숫돌이 이처럼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는 게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이 유물은 공납품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배와 함께 침몰한 것으로 추정됐다.
군산시 관계자는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고군산군도의 역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군산시의 문화와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문화유산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다양한 시대에 걸친 유물이 발견되면서 추가 조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유물을 선적한 배의 정확한 출항지와 목적지, 유물의 성격 등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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