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에 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되었습니다.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에 2-1로 이긴 겁니다. 그 먼 곳까지 달려간 한국 응원단의 함성과 감격의 눈물이 카타르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 물결쳤습니다. 그런데 한국 응원단 복장을 보면 무언가 공통점이 보입니다. 바로 붉은색입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의 전 국민이 입고 나와 거리 응원전까지 펼치면서 세계에 알려진 ‘붉은악마’의 색깔입니다.
붉은악마는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스 클럽입니다. 1995년 PC통신을 통해 만들어진 축구 동호회가 그 시작이지요. PC통신이라니, 좀 낯설지요? 지금과 같이 인터넷 통신이 보편화되기 이전 전화선과 모뎀을 이용해서 PC 간 통신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훨씬 느리고 불안정한 통신망이었지만 당시에는 제법 강력한 결속을 보여주었습니다.
1997년에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부터 조직적인 응원을 시작했습니다. 붉은악마라는 명칭은 공모를 통해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붉은악마라는 이름에는 사실 더 오래된 유래가 있습니다.
1983년 멕시코에서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열렸을 때, 박종환 감독의 한국 대표팀이 세계 최고 강팀인 멕시코와 우루과이를 꺾고 4강에 올랐습니다. 당시 한국 청소년 축구팀의 느닷없는 돌풍에 외국 언론은 놀라면서 ‘붉은 악령(Red Furies)’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표현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붉은악마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붉은악마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고 거리 곳곳을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메우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006년 월드컵 종료 후에 가지고 있던 현금 자산을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고 현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온라인 활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에만 오프라인에 모여 회의 등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국가대표팀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혹시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경기장에 붉은색 옷을 입고 오면 붉은악마로 받아들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응원하러 갈 때 자연스레 붉은색 옷을 입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붉은악마는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시작되었고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활동 원칙을 중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훌리거니즘(Hooliganism)과 같은 폭력적인 응원 문화로 변질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입니다.
이제까지의 붉은악마 활동을 보면 우리나라 축구 문화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 통합 측면에도 기여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조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함께’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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