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래: 한서(漢書) 정숭전에 나오는 고사입니다. 전한 말기, 권력은 외척들이 차지하고 황제는 쾌락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때 신하 정숭이 황제에게 충심으로 직언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평소 정숭을 시기하던 조창이란 사람이 “정숭이 종친들과 내통하여 왕래가 많다”며 모함했습니다. 황제는 정숭을 불러 “그대의 집 앞이야말로 시장처럼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고 하던데 어찌 나에게 경계의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꾸짖으니, 정숭은 “신의 집 문 앞이 저잣거리와 같을지라도 신의 마음은 물과 같이 깨끗합니다. 한 번 더 살펴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황제의 말에 말대답을 했다 하여 감옥에 갇혔다가 끝내 죽고 말았습니다.
○ 생각거리: 사기(史記)에도 비슷한 고사가 있습니다. 적공이란 사람이 높은 관직에 있을 때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문 앞이 저잣거리 같았지만, 벼슬을 그만두자 찾아오는 사람이 끊어져 문 앞에 참새 떼만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시 관직에 복귀하자 사람들이 예전처럼 들끓게 되었죠. 우리 속담에도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는 것이 진정한 의리임을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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