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면 2057년으로 예정된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 2073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연금 개혁을 빨리 시작할수록 고갈 시점의 ‘연장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 보험료율 15% 인상 필요
유호선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제11차 전문가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위원은 정부의 연금 개혁 근거와 데이터 연구를 담당하는 전문가다.
유 위원의 장기 재정추계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6년까지 1년마다 현 9%인 보험료율을 0.5%포인트씩 15%까지 인상하면 기금 고갈 시점이 최대 2073년까지 늦춰진다. 정부 예상보다 16년이나 기금 고갈을 미룰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선 2018년 정부의 제4차 재정추계에서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7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유 위원의 분석 결과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더디면 개혁 효과도 반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부터 2054년까지 1년마다 0.2%포인트씩 15%까지 보험료율을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67년이 된다. 매년 0.5%포인트씩 올릴 때보다 6년이나 빠르다. 유 위원은 “보험료율을 15%로 똑같이 올려도 인상 속도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에 미치는 결과에 차이가 난다”며 “개혁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느 정권이든 보험료율 일정하게 높여야”
이날 포럼에서는 연금 개혁의 핵심인 ‘보험료 인상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모든 정부가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정무적 부담을 분담하도록 일정 기간마다 보험료율을 균등한 비율로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내년 3월 제5차 재정추계를 발표한 후 10월 정부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개혁안이 나와도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가 표심을 의식해 개혁에 적극 임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보험료율을 5년마다 균등 인상하면 여야 중 누가 정권을 잡든 연금개혁 반감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홍백의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매년 1%씩 올리는 등 정치중립적인 개혁안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전에 상당 수준의 빠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래 세대 부담을 고려하면) 당장 보험료율을 20% 가까이 올려야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차후 노인부양비가 높아지기 때문에 미루지 말고 이번에 한 차례 크게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며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더 인상해 15년 안에 보험료율 인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65세(2033년 기준)인 연급 수급 시작 연령을 68세까지 올리자는 제안도 나왔다. 법적 정년인 60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8세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발제자로 나선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한국의 퇴직 연령은 50세 또는 55세 내외로 법적 정년인 60세보다 낮고, 학력 업종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며 “연급 수급 연령을 늦추려면 고령층 노동시장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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