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억4000만 원의 뇌물을 받고,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받는 등의 혐의로 9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모두 구속 기소되면서 검찰 수사가 종착지인 이 대표만을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 9000만 원 받은 다음 날 1000만 원 추가 수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정 전 실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처사 후 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정 전 실장을 구속한 뒤 진행한 수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2013년 4월 2차례에 걸쳐 9000만 원과 1000만 원 등 총 1억 원의 뇌물을 추가로 받은 사실을 확인해 A4용지 33쪽 분량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2013년 4월 16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일식집에서 현금 9000만 원이 채워진 쇼핑백을 가져와 유 전 직무대리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후 유 전 직무대리는 9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갖고 같은 식당의 다른 방에 있던 정 전 실장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열린 대장동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가 (돈이 든 쇼핑백을) 받자마자 곧바로 다른 방에 가서 쇼핑백을 전달하고 왔다. (전한 대상은) 형들로 생각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정 전 실장은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9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뒤 곧바로 1000만 원을 더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다음 날인 2013년 4월 17일 곧바로 현금 1000만 원을 마련했고, 성남시청 2층에 위치한 그의 집무실로 찾아가 뇌물을 추가로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2013∼2020년 8년간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위례신도시, 대장동 개발사업 등과 관련된 각종 청탁을 받고 총 2억4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대장동 배당이익 중 428억 원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직무대리 등과 나눠 갖기로 한 뇌물약속 혐의로도 기소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유 전 직무대리에게 휴대전화를 버리게 한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2013년 7월∼2018년 1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남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에게 비공개 내부 자료를 유출해 사업자로 선정되게 하는 방식으로 210억 원의 이익을 몰아준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 대장동 수사 종착지 이재명 수사 본격화
검찰은 공소장에 정 전 실장의 지위 및 역할 등을 설명하면서 이 대표의 이름을 수십 차례 언급했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달 정 전 실장이 구속됐을 당시 페이스북에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고 표현한 대목과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발언한 내용을 공소장에 그대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공모했다고 적시되진 않았다. 향후 검찰 수사력은 대장동 사업에서의 부패방지법 위반, 배임, 뇌물 혐의 등에 있어서 이 대표의 공모관계를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검찰은 428억 원 뇌물약속 과정 등에서 이 대표가 승인 또는 묵인했는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대장동 공판에서 천화동인 1호의 지분과 관련해 “이 대표도 직접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정 전 실장이 관할 지역 민간업자와 유착해 거액의 사익을 취득하는 등 지방자치권력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며 “정 전 실장이 수수한 돈의 용처, 대장동 잔여 사건을 포함해 의혹 전반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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