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9일 총파업을 철회했지만 파업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안전운임제 영구화를 내걸었던 화물연대가 3년 연장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이 이날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해 난항이 예상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에 대한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 2020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12월 말 종료된다.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올해 6월 총파업 때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했다가 국토교통부와 △안전운임제(컨테이너, 시멘트) 일몰 연기 등 지속 추진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 논의 등에 합의하며 파업을 풀었다. 하지만 연장 시한이나 적용 품목 확대 등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논의해야 할 국회에서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화물연대가 지난달 정부가 안전운임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총파업을 예고하자 정부와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제시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연기하겠다는 것. 하지만 화물연대는 이를 거부하고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적용 품목 확대를 내걸며 지난달 2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열흘을 넘어서자 정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철회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 경우 안전운임제는 일몰돼 폐지되며 컨테이너와 시멘트 분야에 그나마 적용됐던 안전운임제도 없어지게 된다.
결국 민주당은 8일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키로 했던 정부·여당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9일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화물연대와 손잡고 반대했지만 여론 악화로 뒤늦게 이를 수용하기로 한 것. 화물연대도 이날 파업을 철회하며 안전운임제 영구화 대신 3년 연장안 입법화를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다.
현재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날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정부·여당이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인데,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11월 24일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를 화물업계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국회 합의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국토위 소위와 전체회의에 모두 불참해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도 미지수다. 야권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해 향후 여야 합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면서도 “대통령실과 정부가 워낙 강경한 입장이라 국민의힘이 ‘원점 재논의’ 입장을 고수하면 개정안은 법사위 단계에서 발목을 잡힐 것”이라고 했다.
안전운임제
화물차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다. 낮은 운임으로 과로, 과적, 과속 위험에 내몰리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차주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를 뜻한다. 화주나 운송사업자가 화물차 운전자에게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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