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8억 삭감…서울교육청-시의회, ‘2차 예산전쟁’ 돌입

  • 뉴시스
  • 입력 2022년 12월 11일 08시 15분


서울시의회가 5688억원을 삭감한 내년 서울시교육청 본예산이 내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교육청 내부에선 ‘본회의 통과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섞인 전망과 함께 최근 시의회와의 연이은 예산 갈등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오는 16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2023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안건에 올려 처리할 계획이다.

당초 교육청은 내년 예산으로 12조8915억원을 편성했으나, 시의회 교육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5688억원을 깎아 12조3227억원으로 줄었다.

삭감된 5688억원은 전체 예산으로 보면 4.4%지만,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6조7555억원)를 제외하면 9.2%로 그 비중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의 주력 사업 예산들이 줄줄이 사라졌다.

특히, 내년 고1 학생에게 지급될 태블릿PC ‘디벗’ 사업 예산 923억원과 초5~고3 교실로 확대할 예정이었던 전자칠판 보급 사업 예산 1509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현금 살포성’이라며 줄곧 비판을 제기해온 사업들이다.

디벗과 전자칠판 모두 올해 중1에게만 보급됐고 내년부터 확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예산이 전부 사라져 시행이 불가하다고 교육청은 우려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전자칠판이 설치된 학년과 설치되지 않은 학년의 교수학습 차이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며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결정적 시기에 서울학생만 이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의회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점사업인 ‘혁신교육지구’ 사업예산 165억원도 모조리 삭감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청이 물가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등을 고려해 지난해보다 증액한 학교기본운영비 1829억원도 모두 없앴다.

교육청 관계자는 “원래 공립학교당 5억2000만원을 책정했는데, 약 4억5000만원으로 학교당 7000만원씩이 덜 교부되게 생겼다”며 “찜통 교실, 냉장교 교실 등 학교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육청 내부에선 시의회 의석 70%를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5688억원 삭감된 예산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수정 발의할 수는 있지만 의석수 차이로 거의 희망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내년에 급한 예산은 추가경정(추경) 통해 마련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로 복잡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시의회와의 잇따른 예산 갈등으로 인한 피로감도 호소했다.

불과 석 달 전인 7월13일, 교육청은 3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제출했으나 시의회에서 70%가 넘는 기금 전출분(2조7000억원)을 문제삼으며 수정을 요청했다. 추경안은 결국 시의회 자체 조정끝에 49일 만인 8월29일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예산은 당정을 떠나 소통하고 협치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 거는 무조건 해야 하고 조희연 교육감 거는 무조건 하지 말라 이런 식의 정치적 판단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교육감도 선출직인데 주요 공약 사항들은 어느 정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하는데 계수조정도 하지 않고 기존에 하던 사업들 예산을 다 날려버렸다”며 “참담했고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계수조정은 의회 상임위에서 제출된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조정하는 절차다. 시의회의 경우 예산 삭감이나 증액에 대해 집행부인 교육청과 협상·상의할 수 있다.

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당연히 추경을 해야겠지만 또 예산안을 편성해 심의하는 절차가 소모적일뿐더러 기본적인 절차도 무시하고 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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