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시의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결정을 규탄하며 12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 지하철 타기 재개, 서울시 예고한 ‘무정차 통과’는 없어
이날 전장연 관계자들은 오전 8시 25분경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서울역과 사당역을 거쳐 다시 삼각지역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전동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을 포함해 관계자 20여 명은 지하철을 환승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휠체어를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멈춰두는 등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측은 안내 방송을 통해 “고의적인 철도운행 방해 행위는 철도안전법 위반이다. 전장연은 시민의 지하철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정시 운영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고지했다. 다만 각 환승역에서 열차가 지연된 시간은 5분 내외로 열차 운행에 큰 차질은 없었다.
전장연 측은 서울시가 전장연 시위 대응 방안으로 검토 중인 ‘무정차 통과’ 방안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서울시는 앞서 10일 “대통령실의 무정차 관련 문의가 있었다”며 “필요시 무정차 통과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출근길에는 무정차한 역은 없었다.
●“무정차 예고 서울시, 12·12 사태 일으킨 신군부와 다를 바 없어“
전장연 관계자는 이날 시위에서 “12월 12일인 오늘은 1979년 신군부에 의한 12·12 사태가 발생한 지 만 43년 되는 날”이라며 “서울시의 무정차 지침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신군부와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과정에서 전장연 측과 서울교통공사 직원 간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오전 8시 40분경 서울역 승강장에서 한 직원이 “시민들 길을 막고 있으니 빨리 이동하라”고 재촉하자 전장연 관계자는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어 “평소처럼 선전전을 하고 있는데 시장이 무정차하라고 했다고 해서 왜 갑자기 돌변하느냐”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금까지 지하철을 타며 시민 안전을 고려해 5분 안에 지하철을 타고 내리고 있다”며 “5분 안에 탑승하면 (열차 지연에 대해) 문제 삼지 않기로 서울교통공사와 합의했는데 왜 말을 바꾸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2일 동아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5분 이내에 타면 문제삼지 않겠단 내용의 합의를 한 적이 없다. 공사 관계자와 비공식적으로 나눈 대화를 확대 해석한 것 같다”고 했다.
●“12일 무정차 관련 세부 논의 진행 예정”
서울시는 이르면 12일부터 무정차 통과를 적용하는 안을 고려했지만, 시민 불편 등을 이유로 확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오늘(12일) 오후 서울시 관계자와 무정차 통과 관련 세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장연 측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여야 합의된 장애인 이동권 예산이 최종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장연 관계자는 이날 집회에서 “무정차 통과에 따른 후속대책은 장애인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는 대책이기를 요청한다“며 ”국회에서 계류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예산을 반영해 조속히 통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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