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고통 속에 살았는데” 장애딸 살해한 모친 가족 ‘눈물호소’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12일 17시 46분


38년간 장애인 딸을 돌보다가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60대 여성 A씨의 아들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A씨의 아들은 법원에 어머니가 피해자인 누나의 고통을 보다 못하고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저지른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무법인 다솜 제공
38년간 장애인 딸을 돌보다가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60대 여성 A씨의 아들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A씨의 아들은 법원에 어머니가 피해자인 누나의 고통을 보다 못하고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저지른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무법인 다솜 제공
“40년 가까운 세월 누나와 함께 보이지 않은 감옥 속에 갇혀 고통 속에 살아오신 어머니를 다시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38년간 장애를 앓던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불구속 기소돼 중형이 구형된 A씨(63)의 아들이자 피해자의 동생인 B씨는 재판부에 A4용지 4장 분량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B씨가 직접 손으로 써서 낸 탄원서에는 지난 38년의 세월 동안 A씨가 피해자인 딸을 돌보다가 숨지게 한 경위가 담겼다.

B씨는 “누나는 첫 돌 무렵 병원을 찾았다가 뇌에 일시적으로 산소 공급이 되지 않는 의료사고를 당해 뇌전증, 지적장애 1급, 편마비 등 장애를 앓게 됐다”며 “의사소통, 교감도 못하고, 대소변을 대신 처리해줘야 할만큼 거동이 불편해 24시간 어머니가 돌봐야 했다”고 했다.

이어 “(누나를 돌봐오던 중) 2022년 1월 대장암 판정을 받았는데, 수술 후 코로나19 유행으로 (보호자 교대가 원활하지 않아) 어머니 홀로 전적으로 누나를 간호해야 했다”며 “항암치료 도중 혈소판 수치가 낮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어머니는 장애 때문에 힘들어 하긴 했으나, 결코 누나의 장애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암에 걸려도 무너지지 않고 이겨내려 했다”며 “지난 38년간 대소변 냄새, 침냄새 나지 않도록 수시로 옷도 깨끗히 입히고 지극 정성 간호해왔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B씨는 “어머니는 항암치료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누나의 모습에 견디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 뿐”이라며 “백번 천번 처벌을 받아야 하는 죄인이지만, (그동안 고통 속에 살아왔는데)어머니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기에 제발 가정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간곡히 선처 바란다”고 호소했다.

1급 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60대 A씨/뉴스1
1급 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60대 A씨/뉴스1
B씨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법원에 A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B씨는 재판을 마치기 전 법정에서도 탄원서에 담은 A씨와 가족의 사정을 전하며 눈물로 A씨의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A씨 역시도 법정에서 “먼저 죽으면 딸을 누가 돌볼까 걱정돼서…”라면서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다고 생각해 끝내자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잘 돌봤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A씨의 선고공판은 1월19일 열릴 예정이다.

A씨는 지난 5월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 연수구 동춘동 아파트 주거지에서 30대 친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 복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수면제 양이 부족해 미수에 그쳤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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