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의사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동 문을 닫았다. 의료계에선 이번 길병원 사태는 시작일 뿐, 앞으로 수년 내에 소아청소년과에서 이 같은 사례가 줄을 이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길병원은 12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한다고 12일 밝혔다. 검사와 외래, 응급실 진료는 정상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동 운영을 중단한 것은 길병원이 처음이다.
현재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에 가장 부족한 인력은 전공의(레지던트)다. 소아청소년과에 근무 중인 전공의 5명 중 4명이 내년 2월 전문의 자격시험을 앞둬 이달부터 진료 업무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일할 사람이 1명만 남았다. 입원 병동에서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2명뿐이어서, 입원 진료 중단 전에 한때 교수 1명이 36시간씩 연속 근무를 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지금 상태로는 수년 내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보지 못하게 되는 병원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1∼6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대비 지원자 비율은 16.6%에 그쳤다. 정원은 199명인데 실제 지원한 사람은 33명뿐이었다. 병원 65곳 중 54곳(83.1%)은 지원자가 ‘0명’이었다. 길병원을 비롯해 서울의 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지원자가 1명도 없는 곳이 적지 않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평균 임금은 1억3474억 원으로 주요 과목 전문의 중 최하위였다. 전체 평균(2억3690억 원)보다 1억 원 이상 적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9일 성명을 내고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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