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청주지방법원장 후보로 동시에 이름을 올려 ‘겹치기 입후보’ 논란을 빚었던 송경근 민사1수석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22기·사진)가 12일 중앙지법원장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청주지법에서 진행된 투표에선 득표율이 10% 미만이어서 어느 쪽 법원장 후보로도 추천되지 못하게 됐다. 이를 두고 내년 9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대법원장의 법원 내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송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중앙지법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9일 중앙지법 법원장 후보자 중 한 명으로 대법원에 최종 추천하기로 했다는 통지를 받았지만 오늘 아침 후보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김 대법원장이 수석부장판사로 임명했다. 최근 송 수석부장판사를 비롯해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김정중 민사2수석부장판사(56·26기), 반정우 부장판사(54·23기)가 나란히 중앙지법원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면서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의 ‘측근 알박기’란 비판이 나왔다.
송 수석부장판사는 사퇴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계속해서 소설을 써 온 사람들에게 빌미를 줘 법원과 최고 사법행정권자에게 더 큰 부담을 드릴 수 있기에 결심하게 됐다”며 김 대법원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른바 ‘겹치기 입후보’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송 수석부장판사는 중앙지법과 동시에 현재 근무하는 곳도 아닌 청주지법의 법원장 후보 천거까지 동의해 전례 없는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을 받았다. 송 수석부장판사는 “청주에서 말년을 보내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중앙지법에서 천거해 주신 분들의 뜻을 차마 무시할 수 없어 마감 직전 일단 동의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마음이 바뀐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퇴할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저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고 했다.
다만 12일 발표된 청주지법 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따르면 송 수석부장판사는 득표율이 10%에 미치지 못해 최종 후보로 추천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투표에서 송 수석부장판사를 뽑은 표가 전부 사표가 됐다. 나갈 생각이 있었다면 사퇴 시점이 더 빨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최근 법관대표회의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겹치기 입후보’ 등이 논란이 되니 사퇴한 것 아니겠느냐”며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수석부장판사가 법원장 후보추천제하에서 법원장이 되기 유리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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