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없는 저는 절망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숨을 쉬고 있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13일 신당역 살인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아버지 A씨가 한동안 흘리던 눈물을 참고 힘겹게 입을 떼기 시작하자 법정 곳곳에서도 울음이 터져 나왔다.
A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 박정제 박사랑) 심리로 열린 전주환(31)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다시는 가해자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전씨의 형벌의 경중을 정하는데 참고하기 위한 양형 증인으로 A씨를 신청했다.
증인석에 선 A씨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것이니 가슴에 묻으라지만 제가 느끼는 슬픔과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아 매일 악몽을 꾼다”면서 “아이와 모든 걸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먹먹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형량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와 저희 가족에게 복수를 할까봐, 제 아이를 아는 주변 사람을 해칠까봐 무섭다”면서 “제2의, 제3의 피해자가 생기면 제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까 싶다”고 흐느꼈다.
이어 “가해자는 반성문 제출해 선처 부탁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선처를 구할 수 있단 말이냐”면서 “다시는 가해자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해달라. 법에서 허용하는 가장 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사형, 무기징역 혹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A씨는 전씨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며 자신의 딸이 생전 전씨의 스토킹 혐의에 대한 처벌을 부탁하며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꺼내 읽었다.
A씨는 자신의 딸이 탄원서에서 “지금도 숨 죽이며 고통 받을 여성들도, 용기를 낸 여성들도 저처럼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저도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많이 힘들지만, 제 인생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고 전했다. 또 “가해자 범죄 행위 근절을 위해 죄값에 합당한 엄벌이 내려지길 바란다”면서 “다시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전처럼 살아갈 용기를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에 “피해자가 법정에 얘기한 것처럼 부친의 이야기를 엄중하게 듣고 재판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 유족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법정에 출석한 전씨를 잠시 퇴장시킨 뒤 A씨를 증인석에 세웠으며, A씨가 퇴장한 후 전씨를 다시 불러 A씨의 증언 요지를 설명했다. 전씨는 재판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1월 10일 전씨의 보복살인 혐의에 대한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날 전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도 있을 예정이다. 앞서 전씨는 첫 공판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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