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직장상사의 괴롭힘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업무를 빌미로 이어오던 수십 차례의 연락은 휴일에도 이어졌고, 전화로 사랑 고백하기도 했다. 새벽에 퇴근하는 A씨에게 홍삼, 블루투스 이어폰 등을 강제로 쥐여주기도 했다. A씨가 ‘마음이 없다’며 거절의사를 밝히자, 직장상사의 보복이 시작됐다. 직장상사는 A씨에게 배달앱 리뷰관리·재고조사 등 추가업무를 맡겼고, A씨가 일하는 뒷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주변 지인들과 지켜보기도 했다.
#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B씨도 상급자의 ‘셀카요구’ 문자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가 곤혹을 치렀다. 자신보다 스무살 많은 유부남 상급자는 B씨에게 ‘예쁘다’, ‘못 보니 기운이 없다’는 등 업무와 무관한 문자를 1년간 꾸준히 보냈다. 참다 못한 B씨는 상급자에게 “공적으로 대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직장내 괴롭힘이었다. 그는 B씨의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근무환경을 제한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A씨와 B씨의 사례 모두 근로기준법 제76조2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와 B씨의 직장상사들이 해고가 부당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행정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직장상사가 권력을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고, 근로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본 것이다.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교제 제안을 거절하자 폭언·협박·업무배제 등이 이어졌거나, 퇴근 후 저녁식사 등을 지속적으로 강요한 행위 등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다만 직장상사가 사랑 고백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괴롭힘’의 정의는 무엇일까. 괴롭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회 통념에 비춰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가 사회 통념상 비춰 볼 때 상당하지 않아야 한다.
A씨와 B씨의 사례 외에도 정규직 채용을 미끼로 삼는 등 사적인 만남을 강요하는 행위, 음주 강요, 업무에 필요한 비품을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행위,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도 제공하지 않는 것 등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만일 피해자가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보냈다면 단순한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형사처벌 대상도 될 수 있다.
지난 5월 대구지법은 기혼자인 직장 상사에게 ‘누나를 좋아한다’, ‘제 자신도 두려운데 유부녀가 왜 끌리는 지 모르겠다’ 등의 문자를 118회 보낸 혐의(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누구나 그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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