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님! 다음 경기에서 골을 넣는다면 (손가락으로) 7을 그려주셨으면 해요. 세상 끝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요.”
경북 칠곡에서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여고생의 바람은 손흥민이 아쉽게 골을 넣지 못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여고생에게 힘내라는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칠곡군에 따르면 순심여고에 재학 중인 김재은 양(15)은 월드컵 16강전을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골 세리머니로 ‘럭키칠곡’ 포즈를 부탁했다.
럭키칠곡 포즈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검지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7’자 모양의 자세다. 6·25 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칠곡군의 첫 글자 ‘칠’이 행운을 의미하는 숫자 7과 발음이 같은 데서 출발했다. ‘평화를 가져다준 행운의 칠곡’이란 뜻이다.
김 양의 바람은 대표팀이 경기에서 패하며 무산됐지만, 그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이 알려지면서 후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백혈병 아들을 둔 어머니와 폐 이식으로 건강을 회복한 40대 가장 등이 김 양에게 각각 성금을 전달했다.
서울 아이와이씨앤시㈜ 이봉송 회장은 “김 양 치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1000만 원을 쾌척했다.
연평도 포격전 참전용사 권준환 씨(50사단 예비군 중대장)는 대학 초빙 강연료로 받은 20만 원을 기부했고, 칠곡군 주둔 주한미군 장병도 김 양에게 용돈을 보냈다.
김 양 학교 친구들과 교직원은 손 편지와 카드섹션으로 쾌유를 기원했고, 졸업생 학부모인 정근섭 씨는 500만 원을 보냈다.
이 밖에 칠곡군 기업가 모임인 세경회와 왜관MG새마을금고도 각각 200만 원, 500만 원의 성금을 냈고, 칠곡군 샛별어린이집 원생들은 고사리손으로 모은 동전 20만 원을 전달했다.
김 양은 172.5㎝의 큰 키에 체격도 좋아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를 할 만큼 건강했지만 올해 초 병원에서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병실 부족으로 장기 입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김 양은 아버지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 번 칠곡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치료받고 있다. 차상위계층인 김 양 아버지 김동진 씨는 혼자 자녀를 키우며 병원에 가지 않는 날에만 일해 치료비와 교통비를 마련하고 있다.
김동진 씨는 “딸의 아픔을 함께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재은이가 병마를 떨쳐버리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