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서 52명 실직·가짜 육아휴직…고용보험 26억 빼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4일 14시 04분


뉴시스
브로커 A 씨를 비롯한 5명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대구에 ‘유령 사업장’ 8곳을 설립했다. 정육점, 청과점, 슈퍼마켓, 삼겹살집…모두 서류만 존재하는 가짜 가게였다.

유령회사 직원으로는 지인과 친인척 52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브로커들에게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통장, 도장 등을 맡겼다. 가짜 취직으로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된 직원들은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채우게 되는 6~7개월쯤 후 무더기 ‘실직’했다.

가짜 실직으로 받은 실업급여는 브로커와 유령 직원이 나눠가졌다. 한 사람당 실업급여로 나온 720만원을 브로커가 470만 원, 유령 직원이 250만원씩 가져갔다. 이같은 방식으로 총 57명이 부정 편취한 실업급여액은 4억2500만 원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5~10월 6개월간 실업급여와 육아휴직급여, 고용유지지원금 등 고용보험 사업 전반의 부정수급을 조사한 결과 총 269명이 25억7000만 원을 부정하게 편취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가운데 부정행위를 공모하는 등 범죄가 중대하다고 판단된 177명은 검찰에 기소 송치했다. 또 추가로 196명을 조사하고 있어 앞으로 적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는 이번에 A 브로커 사례처럼 브로커가 개입하거나 사업주와 근로자가 공모하는 등 조직적인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유형을 집중 조사했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공모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육아휴직급여 부정 수급이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서류를 허위 제출해, 실제로는 일을 하면서 육아휴직급여를 타가는 방식이다. 실직 후 재취업을 했음에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실업급여를 계속 수급하는 경우도 적발됐다.

고용부가 고용보험 부정수급을 기획 조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존에는 주로 제보를 통해 적발했다. 그 결과 이번 조사를 통해 브로커 개입형과 사업주 공모형 부정수급 적발액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2.3배(2억6000만 원→6억100만 원), 3.4배(3억4400만 원→11억 8400만 원)로 증가했다.

고용부는 11월부터 또 다른 부정수급 의심 사업장 1만739개소와 의심사례 9295건에 대해 특별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또 내년에는 올해 기획조사에서 대규모 부정수급이 적발된 육아휴직급여와 유령회사와 허위근로자를 통한 실업급여 부정수급 등에 대해 전국에서 특별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급증한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해서도 중점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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