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부담” 서둘러 귀가… 기사들 “되레 수입 줄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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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심야할증 인상이 바꾼 연말 풍경
서울 심야택시 최대 40% 할증 뒤… 시민들, 지하철-버스 귀가 안간힘
“모임시간 앞당기고 1차 후 해산”… 호출앱 3종 이용건수도 19만건 ‘뚝’

“평소 3만 원 정도 나오던 택시비가 4만 원 가까이 나오더라고요. 심야 할증 요금이 부담돼 지하철 막차를 사수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정모 씨(29)는 회식이 잦은 요즘 지하철 막차를 타기 위해 모임 중에 시간을 자주 체크한다고 했다. 이달 초 경기 고양시에 있는 집까지 택시를 탔다가 요금이 평소보다 1만 원가량 더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란 다음부터다. 정 씨는 “연말이라 모임이 많은데 매번 심야 택시를 탔다간 통장 잔액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라고 했다.
○ “택시비 아까워 빨리 집으로”
이달 1일부터 서울 심야 택시 요금 할증시간은 ‘밤 12시부터’에서 ‘오후 10시부터’로 확대됐고, 오후 11시∼오전 2시 구간의 경우 할증률이 ‘20%’에서 ‘40%’로 높아졌다. 이후 “택시요금이 부담된다”며 지하철이나 버스로 귀가하기 위해 저녁 모임 시간을 당기거나 1차만 하고 자리를 파하는 이가 늘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남모 씨는 “13일 서울에서 지인들과 저녁을 먹었는데 2차를 가는 대신 오후 10시경 먼저 일어났다”며 “요금 인상 전이라면 늦게까지 놀다가 택시를 탔겠지만 이젠 택시비가 예전보다 1만 원 더 나오니 부담이 크다”고 했다.
○ 택시 호출앱 이용도 ‘뚝’
한편 심야 택시 공급은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심야 시간대(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2시) 택시 운행 대수는 이달 1∼10일 하루 평균 2만1384대로 지난달 17∼26일(평균 1만9874대)보다 7.6% 늘었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다 보니 늦은 밤 택시 잡기는 한결 수월해졌다. 10일 오후 11시경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는 빈 택시가 도로에 줄지어 서 있었다. 직장인 서모 씨(28)는 “예전에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동네인데, 주말인데도 길가에 빈 택시 4대가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탈 수 있었다”고 했다.

택시 호출 앱을 안 써도 길가에서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게 되면서 호출앱 이용도 줄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택시 호출앱 3종(카카오T, 우티, 티머니온다)의 이용 건수는 이달 1∼3일(목∼토요일) 462만여 건으로 심야 할증 요금 인상 전인 지난달 17∼19일(481만여 건)보다 약 19만 건 줄었다. 반면 배차 성공률은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7일 택시 호출앱의 서울지역 심야시간대 배차 성공률은 평균 62%로 지난달(36%) 대비 26%포인트나 올랐다.
○ 기사들 “손님 없어 수입 줄어”
택시기사들은 울상이다. 10년 차 택시기사 이모 씨(60)는 “심야 할증 개편 후 밤 손님이 30%가량 줄어든 것 같다. 손님 하나 태우려고 전쟁”이라며 “보통 하루 10시간 일했는데, 요즘은 13∼14시간은 뛰어야 같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오봉훈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야간 근무를 하는 기사들이 주간으로 돌아오겠다고 떼를 쓸 정도”라고 전했다.

심야 택시 승객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영환 서울 개인택시조합 이사는 “요금이 오르면 일시적으로 승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츰 회복해 3∼4개월 후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택시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승객 수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경기 상황도 승객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승객 회복 여부 역시 경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택시비 부담#심야할증#연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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