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전동차가 14일 삼각지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전장연 시위로 인한 무정차 통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교통공사(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이날 오전 8시 50분경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으로 진입하는 당고개 방면 전동차 1대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역 승강장에선 전장연 회원 등 10여 명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시위대는 오전 8시 40분경 약 2m 길이의 철제 사다리를 들고 삼각지역에서 전동차 탑승을 시도했고 이를 공사 직원들이 막았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전동차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를 세워두며 전동차 출발을 지연시켰다.
전동차는 박경석 대표를 포함한 시위대 중 절반 정도만 태우고 삼각지역을 출발했다. 정상보다 운행이 7분가량 늦어지자 공사 측은 삼각지역으로 들어오는 다음 전동차 1대를 정차 없이 통과시켰다.
공사는 역내 방송을 통해 “전장연 불법 시위로 전동차가 정차하지 않는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그 대신 신용산역과 숙대입구역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공사 관계자는 “전동차가 지연되면서 역사 내 승객이 몰려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등 사고 위험이 높아 무정차 통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추위 속에 출근하던 지하철 이용객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회사원 박모 씨(31)는 “매일 삼각지역에서 환승하는데 열차가 그냥 지나쳐 난감했다”며 “셔틀버스를 타고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지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전장연 시위에 항의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전장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무정차 통과 조치는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기본권 침해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하는 혐오 정치 수단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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