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생존 10대 “놀러 가서 그리된 것” 악플에 시달리다 숨졌다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15일 10시 07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친구를 잃고 극단 선택을 한 고등학교 1학년 A군의 어머니. (MBC 갈무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친구를 잃고 극단 선택을 한 고등학교 1학년 A군의 어머니. (MBC 갈무리)
이태원 참사에서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10대 남학생이 악성 댓글에 고통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의 부모는 허울에 불과했던 정부의 심리 상담 지원에 대해서도 한탄했다.

13일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등학교 1학년 A군의 어머니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14일 MBC를 통해 아들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A군은 10.29 참사 당시 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의 마지막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 A군은 심리 상담도 받고, 일부러라도 학업에 열중하는 등 어떻게든 일상으로 돌아가려 애썼지만 악성 댓글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던 어렸을 때부터 핼러윈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핼러윈에 익숙했고, 그날도 그저 축제를 구경하러 갔던 것이라고 했다.

사고 발생 당시 “밤 10시 반까지 집에 오라”는 부모님의 당부에 지하철을 타러 가던 A군은 친구들과 인파에 갇히고 말았다.

40분을 넘게 깔려 있던 A군은 의식을 잃기 전 구조됐지만, 정신적 충격은 물론 몸의 근육세포들이 파열돼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A군은 “친구들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이틀 만에 퇴원했다.

A군의 아버지는 “어떻게든 친구들 얼굴을 마지막으로 봐야 된다고 해서 병원에서 안 된다는 걸 중간에 퇴원시켜서 나갔다”고 했다.

어떻게든 일상으로 돌아가려 안간힘을 썼던 A군이었지만 지난달 중순쯤 A군은 부모님에게 울부짖으며 분노를 털어놨다. “연예인 보려고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는 댓글들을 보고 친구를 모욕한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A군은 그런 분노마저 자제했다. 가족들은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던 게 그 두 친구뿐이었던 것 같다. 그런 친구들이 없으니 속마음을 얘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함, 하소연을 여러 번 했다”고 했다.

가족들은 “1회 15분~20분 정도의 진료를 5번 받았다. 심리 상담이 깊게 이뤄졌다면 (극단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걸) 알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라며 집중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게 후회된다고 했다.

A군은 정부 심리지원 대상이었지만 대학병원에서 이뤄진 상담은 한 번에 20분을 넘기기가 어려웠고, 그마저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받기 어려웠다.

A군의 휴대전화에는 ‘곧 친구들을 보러 가겠다’는 메모와 날짜까지 적혀있었다. 그는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다, 나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는 마지막 영상을 남겨두고 떠났다.

A군의 어머니는 “비행을 하려고 간 게 아니다. 자기만 살아남은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컸었다. 댓글을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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