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를 막아선 한 장애인 활동가 A 씨가 이날 동아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8시경 삼각지역에선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장애인 연대)’ 회원 10여 명이 지하 승강장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는 전장연 회원들의 앞을 막아섰다. 이로 인해 오전 8시로 예정됐던 전장연의 선전전은 40분가량 늦게 진행됐다.
“장애인 인식 나쁘게 하지 말라”
장애인 연대 회원들은 “지하철 운행을 방해해 무고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선 안 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A 씨는 “장애인들끼리 갈등을 빚는 모습을 비추고 싶지 않아 여태 참아왔다”면서 “전장연의 무지막지한 횡포로 장애인 전체가 욕을 먹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행동에 나섰다”고 했다.
장애인 단체들 사이에선 전장연의 불법 행위를 저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한 달 전부터 전장연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행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여러 단체에서 나왔다. 오늘은 서울, 경기 지역 장애인 단체들 위주로 참여했다“며 “내일(16일)은 물론 앞으로도 전장연이 불법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애인 예산 확보를 위해 싸운다면 시민들을 이용할 게 아니고 정식으로 국회에 가서 싸워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박수를 치고 동조할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 대표,“‘짬뽕 장애 단체’가 선전전 막았다“
A 씨를 포함해 이날 전장연을 막아선 단체 회원 중엔 과거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함께 장애인 운동을 하던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장연이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발목을 잡는 방식의 시위를 벌이면서 뜻을 달리 하게 됐다고 했다. A 씨는 “전장연은 과거엔 좋은 장애인 운동도 많이 했지만 이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단체가 됐다”며 “박경석 대표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대치 상황으로 인해 박 대표는 삼각지역에서 열린 선전전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신용산역에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해 앞서 출발한 전장연 회원들과 합류했다. 서울역에서 마이크를 든 박 대표는 이날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8시 20분경까지 비켜주지 않아 이렇게 따로 서울역까지 왔다”며 “여러 가지 ‘짬뽕 장애 단체’들이 (삼각지역 승강장으로) 못 내려가게 저를 막고는 ‘왜 지하철 시위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왜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 그냥 막기 위해 온 것 같다”고 했다.
전장연은 전날 서울시가 삼각지역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한 전장연 관계자는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외침을 불법 시위로 치부하고 무정차한 것에 대해 화가 난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날 오전 8시 44분경 전장연 시위로 열차가 지연되자, 삼각지역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역에 세우지 않는 무정차 통과를 시행했다. 15일 선전전에선 지하철 운행에 큰 차질이 없어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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