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험해도 먹고 살려면”…라이더들 ‘한파’에도 아슬아슬 눈길 질주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15일 14시 22분


7일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배달 노동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2021.1.7 뉴스1
7일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배달 노동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2021.1.7 뉴스1
“눈 때문에 위험한데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죠.”

수도권 등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 최모씨(51·남)의 볼은 찬바람에 빨갛게 얼어있었다. 추위에 튼 손을 쓰다듬던 최씨는 “오토바이 손잡이에 열선이 있어 그나마 낫다”면서도 “추운 것이 제일 힘들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전국 곳곳에 눈이 내리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사고 우려가 나온다. 배달 노동자 안전을 위해 배달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방문한 신촌에는 롱패딩과 방한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배달 노동자들이 이른 오전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오토바이 손잡이에는 핸드워머가 설치됐고 그마저도 부족했는지 몇몇 오토바이에는 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봉지까지 둘러져 있었다.

오토바이에 쌓인 눈을 치우던 이모씨(63·남)는 “춥고 눈이 많이 오면 늘 위험하다”며 “사실 목숨을 내놓고 일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에 배달기사들이 많이 번다고 하는데 다 옛말이다”며 “배달료가 많이 올랐어도 경쟁도 심하고 물가도 너무 올라서 힘들다”고 푸념했다.

최씨도 “최근에 눈 때문에 미끄러질 뻔한 적이 있어서 아찔했다”며 “골목길은 특히 눈이 언 곳이 많아서 웬만하면 큰길로만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던 강모씨(32·남)는 “추운 것은 어떻게든 견디겠는데 눈 오는 날이 가장 걱정된다”며 “얼마 전에 넘어진 적이 있어서 아무리 급해도 안전하게 천천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 때문에 조금 늦으면 컴플레인을 거는 손님들도 있는데 조금만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달 노동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폭설을 우려하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눈 오는 날에는 어떻게 배달해야 하냐’고 묻는 게시글에는 “눈 오는 날에는 차도 미끄러진다”, “눈 올 땐 하루 쉬어라”, “아예 안 나가는 게 상책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안전사고 우려에도 궂은 날씨에 배달료가 오르는 수익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씨는 “이런 날씨에는 아예 배달을 다 취소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눈 오면 배달료가 좀 더 높아져서 상황이 마땅치 않으면 위험해도 일한다”고 전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한파나 폭설 같은 날씨에는 각종 할증이나 프로모션이 붙어 배달료가 올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는 라이더가 많다”며 “배달 플랫폼 차원에서 이러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거나 라이더 방한용품 등 안전 인프라에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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