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암 진단이 청소년 자녀의 건강을 취약하게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지 5년 이내 청소년 자녀의 자살 생각이 또래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공공진료센터 통합케어클리닉 김계형 교수 연구팀은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12~19세 청소년과 그렇지 않은 또래 청소년 3429명 및 그 부모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여성 암환자의 26%, 남성 암환자의 10%가 자녀양육기인 30~49세에 암을 진단받는다. 암에 걸린 부모는 건강 악화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자녀 양육이 어려워지고, 자녀의 삶의 질도 악화된다.
연구팀은 부모의 암 진단이 청소년의 건강실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2010~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 266명과 그렇지 않은 또래 대조군 3163명의 건강행동 및 정신건강을 비교분석했다.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은 암 진단 5년 미만과 5년 이상으로 구분됐다. 연령·성별·가계 월 소득은 조정이 이뤄졌다.
부모가 암 진단 5년 미만인 청소년은 또래 대비 음주는 최대 1.7배, 독감 예방접종률이 약 3.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가 암 진단 5년 미만인 청소년에서 자살을 생각·계획·시도한 비율이 또래 대비 최대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증상은 또래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어머니의 암 진단 시 또래 대비 1.73배까지 증가했다.
반면 부모가 암 진단 5년 이상 경과한 청소년은 음주, 독감 예방접종, 우울 증상, 자살생각·계획·시도 비율 모두 또래와 비슷했다.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은 처음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심리적으로 취약하지만, 약 5년의 시간이 흐르면 고통에 적응하고 일반 또래집단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암환자가 암 진단 직후 신체적·정신적으로 가장 불안정하고 5년 정도 경과하면 안정을 되찾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연구는 자녀 건강이 부모의 상태와 관련성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들의 적응과 회복을 돕기 위해 암 진단 후 1년 내 정신건강 검진이 최우선으로 필요하고, 진단 후 5년 내 흡연·음주를 예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부모의 암 진단 후 자녀의 정신건강이나 양육을 지원하는 체계가 없고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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