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前여친 어머니 살해’ 이석준…2심도 무기징역

신변 보호를 받는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준(26)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의 효과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형을 선고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15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10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택배기사로 가장해 피해자의 주소지에 침입해 특별한 이유도 없이 포악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인했다”며 “초등학생 아들이 모친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게 했다”며 질타했다.

이어 “초등학생 피해자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은 집이란 안식처에서 배우자이자 어머니를 잃게 됐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유족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목적성과 계획성을 부인하고 피해자와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안 했다”며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형 선고에 대해선 “사형이 집행이 안돼 사실적으로 폐지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위해 사형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그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형 선고를 하는 건 정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수형인에 대해 가석방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교정당국에서 가석방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으로 형벌의 당초 목적과 효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씨에게 “사형에 처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응분의 처벌을 받고 참회하라”고 말했다.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씨는 재판부의 지적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께 택배기사 행세를 하며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 A씨의 집을 찾아가 A씨 어머니를 살해하고 당시 13세이던 A씨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범행에 앞서 같은 해 12월5일께 A씨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를 말리기 위해 A씨를 폭행, 협박, 성폭행한 혐의도 있다.

다음날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이씨는 A씨를 살해하려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예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씨는 A씨 등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흥신소를 통해 A씨의 주소지 등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이씨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사형은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임을 감안해야 한다.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 허용돼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편 이씨에게 돈을 받고 주거지 정보를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흥신소업자 윤모(38)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형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