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 중 약물 과다 투여로 13개월 영아를 숨지게 한 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혐의를 받는 간호사들이 법정에서 사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혐의는 부인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15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및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학교병원 수간호사 A(49·여)씨와 간호사 B(29·여)·C(30·여)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12일께 제주대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 중인 13개월 영아 고(故) 강유림양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해 유림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3월12일께 약물 오투약 사고 이후 B씨와 C씨에게 투약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며 사고를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약물 오투약과 관련해 담당의 등에게 3일 가량 보고를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가 이뤄졌을 때에는 이미 유림양의 장례가 끝난 뒤였다.
B씨는 유림양에 대한 간호기록지 중 오투약 사고 내용이 담긴 ‘특이사항’을 수차례에 걸쳐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상 증세를 보인 유림양을 치료하던 의료진들은 B씨의 의료 기록 삭제로 인해 약물 오투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에피네프린을 추가 투약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해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 마저 날렸다”고 지적했다.
C씨는 의료 사고를 낸 장본인이다. 당시 담당 의사는 유림양에게 에피네프린 5㎎을 호흡기를 통해 천천히 흡수시키도록 처방했지만, C씨는 이를 정맥 주사로 투약했다.
이들은 약물 오투약 사고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간호기록 삭제 등 이후 행위들이 유림양 사망과의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19일 오후 재판을 속행할 예정이다.
한편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이나 심장 박동수 증가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영아에게 정맥 주사를 통해 에프네프린을 투약할 시 적정량은 0.1㎎이다.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약품이 오투약된 것이다.
많은 양의 에피네프린을 맞은 유림양은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사망 원인은 급성 심근염으로, 에피네프린 과다 투여 시 나타나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이번 의료사망 사고와 관련해 제주대병원 소속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8명도 수사 중에 있다. 불구속 송치된 이들은 유림양의 의료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각종 안내문에 필요한 보호자 서명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제주대병원 측은 의료 사망사고를 내고도 유림양 유족들에게 사고 발생 13일 뒤인 지난 3월25일께 처음으로 사고 내용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4월28일 제주대병원에서 7시간이 넘는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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