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15일 신청사 이전업무를 담당하는 산격청사 내 신청사건립과를 잠정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감정적 대응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언짢은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후 예고 없이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2025년에 신청사를 착공해 2028년에 청사를 오픈하겠다고 계획을 이미 발표했는데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탓에) 아예 통째로 건립이 안 되게 만들어 버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신청사 이전업무 주무부서인 신청사건립과 직원 9명을 어떻게 아무 일도 안하게 할 수 있느냐”며 “대구시의회가 신청사 관련 예산 심사를 할 당시 삭감 얘기가 나올 때부터 대응할 준비를 한지가 꽤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청사건립과 폐쇄는) 강수가 아니라 집행할 예산이 없으니 부서는 폐쇄하고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시의회가 신청사 설계공모에 드는 130여억원을 전액 삭감하자 홍 시장은 신청사 이전 주무부서인 신청사건립과를 잠정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홍 시장은 예산을 삭감한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일부 대구시의원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그는 “그 분들 생각대로 돼 집행부는 아예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1년 동안 추진할 수 없어 내후년 쯤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추경에도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이 뭘 믿고 저랬는지 이해가 안간다. 결국 제 발등 찍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신청사건립과 폐쇄 조치를 처음 알렸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사를 늦어도 2025년 착공해 2028년 준공하기 위해 건립 적립금 390억원 중 130억원을 신청사 설계비용으로 의회에 청구했으나, 신청사 건립 예정지인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이 중심이 돼 전액 삭감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신청사 설계비용 삭감으로) 신청사 이전은 첫 출발부터 좌초하게 됐다”며 “신청사건립과 직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할 일이 없어져 버려 오늘(15일)부로 신청사건립과를 잠정폐쇄하고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전출하기로 했다”고 썼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신청사 설계용역비는 통과시켜주고 신청사 건립 재원 마련 대책을 가지고 논쟁을 하면 되는데 아예 처음부터 반대하는 것은 참 어이가 없다”며 “신청사를 달서구에 짓지 말라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신청사 설립 재추진 여부는 내후년 예산 심사 때 다시 검토해 보기로 했다”며 “우리(대구시)는 악화된 재정상태에도 문제를 풀어 보려고 온갖 궁리를 다하고 있는데 해당 지역 시의원들이 주축이 돼 신청사 건립 첫 출발부터 봉쇄를 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대구시 예산안 심사를 벌여 신청사 설계공모 설계비 130억4000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시의회의 이같은 의결을 홍 시장은 ‘기득권 카르텔’으로 규정했다.
해당 글보다 앞서 이날 아침에 쓴 페이스북 글을 통해 홍 시장은 신청사 건립기금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정치권간 불거진 갈등 기류와 관련된 언급을 하면서 “대구시 부채 비율이 전국 지자체 중 2위로 재정상태가 최악이어서, 이를 시정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기득권 카르텔이 이를 방해하고 막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병)과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 일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이 최근 홍 시장의 대구시 신청사 건립 예정 부지(옛 두류정수장) 일부 매각 방침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월 홍 시장은 대구시 부채 해결을 위해 신청사 건립부지 전매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빚내서 신청사를 건립할 게 아니라 부채 해결을 위해 건립부지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김용판 의원과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이 신청사 건립 예정부지 매각에 반대하고, 시의회에서도 관련 예산이 삭감돼 신청사 이전계획은 홍 시장의 표현대로 첫 출발부터 좌초 위기에 빠졌다.
홍 의원은 “옛 두류정수장 부지 1만평 정도만 매각하자”는 김용판 의원의 제안에 대해서는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만평 정도의 자투리땅에 어느 기업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겠냐”며 “자투리땅을 살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한편 홍 시장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와 관련 ‘친윤계’(친 윤석열 대통령계) 일부가 주장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현재 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 → 당원 투표 90%, 일반 여론조사 10%)과 관련, 말을 아끼면서 “당 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며 “아마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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