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결승전을 끝으로 이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립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모로코가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 우리나라도 4강까지 진출한 적이 있습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76·사진)이 이끌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였습니다.
대한민국과 히딩크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 국가대표팀과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한국 국가대표팀이 맞붙었고, 그 경기에서 우리가 5-0으로 크게 집니다. 이 경기로 한국은 16강 진출이 좌절되었지만, 히딩크 감독은 세계 최고 프로팀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가게 됩니다.
이후 히딩크는 여러 사정으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그만둡니다. 그때까지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적이 없던 한국은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히딩크에게 국가대표팀 감독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막상 기대했던 히딩크 감독의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직전에 열린 평가전에서 프랑스에 5-0으로 완패합니다. 이 때문에 히딩크에게는 한동안 ‘오대영 감독’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당시 언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히딩크는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 가능성은 50%다. 매일 1%를 올려 100%를 만들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보여주었습니다.
히딩크는 이운재, 박지성 같은 새로운 얼굴들을 선발했고 월드컵 첫 경기에서 드디어 폴란드에 2-0으로 승리합니다. 이어 미국과는 1-1로 비기고 마지막 조별리그 상대였던 포르투갈에 1-0으로 이겨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그 후 이탈리아, 스페인에 연달아 승리하면서 마침내 감격의 4강 신화를 만들어 냅니다.
2002년 월드컵의 이변이었던 한국의 4강 진출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사회 전반의 열정과 의지가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청산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던 당시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표현이 Z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고 합니다. 한 프로게이머의 우승 소감이었던 이 말은 세계축구연맹(FIFA) 랭킹 9위의 포르투갈에 역전하며 기적처럼 16강에 진출한 한국 팀의 저력을 확인하면서 다시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 성장은 머뭇거리고 경쟁은 치열해 취업조차 어려운 젊은 세대가 말하는 ‘중꺾마’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앞길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잘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단순한 인터넷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대 정신을 보여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02년 히딩크 감독과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와도 통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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