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조사서 朴 “삭제 가능 몰랐었다”
삭제 불가능하다는 기존 주장 철회
檢, 고령 등 고려 구속 필요성 검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전날(14일) 검찰 조사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가 삭제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삭제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 피살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지침을 받은 박 전 원장이 국정원 내부에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이날 오전 3시경 노은채 전 국정원장비서실장을 통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되 국정원 내 통신 첩보 관련 자료 일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을 파악했다. 다만 통화 내역 등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삭제 지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노 전 비서실장도 당일 박 전 원장으로부터 ‘보안 유지’ 지시는 받았으나 ‘삭제’ 지시는 받은 적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국정원 내부에선 보안 유지 지시를 삭제 지시로 오해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그렇게 허술한 조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박 전 원장은 국정원 시스템에서 첩보 자료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주장은 철회했다. 전날 검찰 조사에서 “서버에 첩보 등재 기간을 설정해 올리면 삭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박 전 원장은 “그동안 몰랐던 사실”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박 전 원장은 “삭제가 설사 가능하더라도 삭제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앞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의 사례를 참고하며 박 전 원장 구속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다만 박 전 원장이 80세의 고령이고 공개 출석해 조사에 응하는 등 도주 우려가 낮은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최근 박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가능성은 아직까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얼마 전 이원석 검찰총장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고, 수사팀도 충분히 절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그 말로 수사팀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박 전 원장도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에 대해선 출장조사나 서면조사가 불가능할 것이란 감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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