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기 감찰 의혹’ 이성윤 “한동훈 수사 당시 尹 폭언에 모멸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6일 13시 35분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시절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16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우영)는 이날 오전 이 연구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2020년 10월 ‘신라젠 취재 의혹’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부 장관)을 감찰하겠다면서 확보한 통화내역 등 자료가 윤 총장(현 대통령)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전달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던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한동훈 감찰에 쓰겠다’며 자료를 요구했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을 우려한 수사팀의 반대에도 자료가 넘어가 결국 윤 총장 징계에 활용됐다는 게 의혹의 주요 내용이다.

법무부 감찰 결과 당시 윤 총장은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 감찰·수사 방해,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 연구위원은 취재진에게 작심한 듯 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올 5월 한 장관 인사청문회 때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윤석열 전 총장이 한동훈 전 검사장을 감싸며 위협적인 언행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언급하면서 “틀림없는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0년 4월29일 제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한 전 검사장을 수사할 당시 윤 전 총장으로부터 비슷한 취지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화기 너머로 윤 총장은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며 ‘눈에 뵈는 게 없냐’고 소리쳤다”면서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위 사실이 판결로 확인되자 프레임을 전환해 책임을 떠넘기고, 적반하장으로 특정인에게 뒤집어씌우고, 찍어내기 보복 수사를 한다고 해서 중대 비위행위가 가려지는 것도 아니고 법원 판결이 뒤집히지도 않을 것인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올해 교수들이 선택한 사자성어가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음)라고 한다”면서 “피징계자로서 이런 판결이 나왔으면 잘못에 대해 사과나 반성을 했어야 했는데 보복수사라니 그저 안타깝고 측은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이 연구위원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한 동기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이 연구위원을 상대로 관련 자료가 법무부에 전달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검사장 감찰을 명분으로 통화 내역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었던 박 부장검사가 이 자료를 요구했다. 형사1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반대했지만 감찰담당관실은 결국 이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연구위원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20년 12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이들을 통신비밀보호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한변이 항고한 끝에 올 6월 재기 수사 명령이 나왔다. 재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올 8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실과 중앙지검 기록관리과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올 10월 박 부장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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